"결정하기 전에 교인들에게 먼저 귀 기울이자"

"결정하기 전에 교인들에게 먼저 귀 기울이자"

[ 논단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0월 20일(수) 15:19

"구성원들의 합의와 참여, 치밀하고도 실현성 있는 전략, 그리고 냉철한 사후평가가 충족돼야 어떤 일이든 성공한다. 특히 구성원들의 합의와 공감은 가장 강력한 추진동력이 된다."

'용두사미(龍頭蛇尾)'란 말이 있다. 시작은 창대한데 나중이 미약한 것이다. 교회에서 이런 현상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뭔가 시작하는 건 많은데 열매를 맺는 게 없다.

거창하게 시작한 일이 얼마 되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만다. 일을 벌인 사람도, 일을 하던 사람도 언제 그런 일을 했느냐는 듯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는 다른 일을 다시 거창하게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첫째는 구성원들이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그렇다. 공동체 전체가 열을 받아야 하는데, 추진하는 몇 사람만 열을 받으니 실패할 수밖에. 둘째는 준비가 부족해서 그렇다. 치밀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추진을 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만나면 쉽게 포기할 수밖에. 셋째는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아서다. 많은 예산, 시간, 인력을 투입했으면 결과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그걸 따지기가 쉽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Consensus)', 완벽에 가까운 '전략(Strategy)' 그리고 철저한 '사후 평가(Feedback)'가 그것이다. 어떤 사업이든 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지금쯤 교회마다 새해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것이다. 다음 세 가지를 참고해보기 바란다.

첫째,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목회자 한 사람이 계시라도 받은 양 혼자 결심해서 목표를 제시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 추진하는 사람의 마음은 뜨겁고 설레지만, 나머지 사람들의 마음은 냉랭해질 뿐이다.

협력이 뒤따르지 않으니 중도에 멈출 수밖에. 목회자 개인의 비전을 공동체 전체의 비전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너무도 많다. 함께 일을 추진하고 함께 보람을 나눠야 할 공동체부터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로부터 진정한 합의와 뜨거운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구성원들의 협력이 절실한 일일수록 그렇다. 구성원들의 합의와 공감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추진동력이 된다.

교인을 일꾼으로만 보지 말고, 함께 보람을 나눌 동역자로 봐야 한다. 현대인은 자신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한 일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려 한다.

소수가 모든 걸 다 결정해놓고 내용만 일방 통보하는 방식의 의사결정은 사람들의 의욕을 잠들게 한다. 설문조사나 공청회는 구성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주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더 좋은 의견을 얻을 수 있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고, 협력자도 얻게 된다.

둘째,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공동체의 합의를 이룬 후에는, 그대로만 하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실한 전략과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확신을 갖고 동참하게 된다. 어느 건축업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회 예배당 건축 비용은 예산에 비해 평균 50%가 더 든다고 한다. 잦은 설계 변경 때문이다. 초기에 잘못된 전략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사업 후에는 반드시 평가를 해야 한다. 유능한 의사는 과거의 진료 기록을 참고하여 처방을 하지만, 무능한 의사는 매번 '처음 하듯' 진단하고 처방을 한다. 일을 언제나 "처음 하듯" 한다면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사후에 잘 된 점, 잘못 된 점을 평가하고 실패 원인을 분석하여 개선책을 마련해야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다. 지금은 새로운 계획만 세우려 하지 말고, 지난 한 해 추진해온 일들에 대해 차근차근 냉철하게 평가해봐야 할 때다. 

실패나 중도 포기가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그렇게 되면 구성원들은 실패나 중도 포기를 당연시하게 된다. 무서운 일이다. 구성원들의 합의와 참여, 치밀하고도 실현성 있는 전략, 그리고 냉철한 사후평가로 '습관성 용두사미병'을 탈출해보자.

당장 내년도 교회 목표나 표어 몇 가지를 내놓고 설문조사로 교인들의 의견부터 물어보면 어떨까? 일하는 순서부터 바꿔야 한다.

이의용소장
文博ㆍ교회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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