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불가사리'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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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GO칼럼 ] 엔지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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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12일(목) 10:27

김종기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09년 6월과 지난 7월 케냐와 필리핀으로 컴패션 비전트립을 다녀왔다. 지구상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하는가를 살펴보는 기회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급속한 경제발전을 거치면서 절대빈곤이 급속히 감소된 국가다. 1965년 전인구의 41%에 달하던 절대빈곤층은 2003년 5.2%대로 급격히 감소하여 빈곤문제를 성공적으로 해소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필자는 KDI에서 연구하던 1981년 총리실과 함께 우리나라 빈곤문제에 대한 대책을 연구, 건의한 적이 있다. 빈곤문제의 특성에 비추어 당시 정부에 건의했던 방안은 빈곤층에 대한 공적부조사업과 같은 직접적인 대책도 필요하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빈곤의 세습화를 방지 △개인의 능력을 배양시켜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자세 △개인이 빈곤층에서 탈출할 수 있는 주변의 여건 조성 등 세가지 정책 방향으로 추진할 것을 건의하였다.

첫째, 빈곤층의 문제는 빈곤의 세습화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도록 하였다. 빈곤층의 특성상 빈곤을 짧은 시간에 해소하기는 매우 어렵다. '빈곤으로 부터의 해방'을 위해서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빈곤이 세습화하여 대물림을 하는 구조를 끊고 적어도 당대에서 졸업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둘째, 빈곤의 탈출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능력을 배양시켜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빈곤에서 탈출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본인의 자각 없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탈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개인의 자각과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을 통해 본인의 자각을 높이고 능력의 배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개인이 빈곤층에서 탈출할 수 있는 주변의 여건 조성이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경제발전을 통한 고용기회의 창출로 고용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국가의 경제성장이 빈곤층의 해소에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빈곤계층이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할 수 있었던 원리는 컴패션의 사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빈곤층의 어린이를 선택하고 양육하여 빈곤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그러나 LDP(Leadership Development Program)를 통하여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여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국가의 빈곤문제를 해소하도록 하는 것은 컴패션만의 독특한 방안이며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사역방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컴패션 프로그램으로 양육되는 동안 체득한 사랑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달성할 수 없는 값진 자산이다.

컴패션의 비전트립은 컴패션의 운영실태를 살펴보고 지원하는 어린이를 돌아보고 격려하는 것이 목적이다. 컴패션의 회계 방식은 유리알처럼 투명했다. 컴패션에 종사하는 사역자들은 모두 헌신적이고 사랑이 넘쳐났다. 특히 어린이를 양육하는 방식이 매우 체계적이었다. 선정된 어린이에 대해 일일이 양육 계획을 세워 영육간의 성장을 지도하고 있었다. 실제로 프로그램으로 양육되는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해맑고 밝은 모습이었다. 도시의 어린이 집은 차마 글로 형용할 수 없는 비참한 환경이었다. 그 같이 취약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린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은 당당했다. 컴패션의 아이들은 자신들을 통해서 나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던 나에게 하나님의 존재를 일깨워 주었다. 내가 어린이를 돕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가 나를 깨우쳐 주고 있었다. 믿음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컴패션 사역 방법에 대해 한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컴패션의 사역 방법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아이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현존하는 빈곤층의 규모를 생각할 때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하루에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이 14억 명에 이르는데 과연 컴패션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빈곤층 어린이를 돕는 효과적인 방법인가? 컴패션 프로그램에 속해 있는 어린이의 숫자는 불과 1백만 명 남짓하데 이는 대상자의 0.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 나머지 99.9%의 어린이는 어찌하나? 케냐 비전트립 당시 리더였던 서정인 컴패션 대표께 이에 대해 질문하였다. 서 목사님은 다음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셨다.

어느 해변가에 수백만 마리의 불가사리가 모래사장 위에 널려있었다. 태양은 뜨겁게 내려쬐고 불가사리는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죽는 상황이다. 한 소년이 해변가에 서서 불가사리를 집어 바다 속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 마리 던지지도 못했는데 소년의 팔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 등 뒤에서 어른 한분이 소년에게 말씀하셨다. "꼬마야, 헛수고하지 말아라. 이 많은 불가사리를 네가 살려봐야 몇 마리나 살리겠니. 힘 빼지 말고 집에 가라." 그러자 소년은 불가사리 한 마리를 집어 들고 어른을 돌아보며 이렇게 외쳤다. "아저씨 저도 알아요. 저는 이 많은 불가사리를 살릴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대부분 죽을 거예요. 그러나 아저씨 이 불가사리는 반드시 살거든요"하고 손에 잡았던 불가사리를 힘차게 바다 속으로 던졌다.

이 것이 컴패션의 존재 이유다. 불가사리를 바다 속으로 던지는 소년이 많아지면 더 많은 불가사리가 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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