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와 드로그바

정대세와 드로그바

[ NGO칼럼 ] 엔지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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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15일(목) 13:23
오상열 / 목사ㆍ기독교평화센터 소장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아쉽게도 8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원정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면서 일본과 함께 아시아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붉은 옷을 입고 빗줄기 속에서도 목이 터져라 한국을 응원하였고 태극 선수들은 이러한 국민적인 응원에 보답하였다. 이러한 전 국민적인 열광을 보면서 축구는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축구는 남녀와 노소, 인종과 종교, 지역과 빈부의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 모두를 하나 되게 한다. 심지어 남북도 뛰어넘고, 국적도 뛰어넘는다. 어느 정치가가 이러한 위대한 일을 한 적이 있으며 어떤 지도자가 이러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까? 축구의 힘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축구는 전쟁을 멈추게 하고 평화를 만들며, 평화를 꿈꾸게 한다.

필자는 이번 월드컵을 통하여 특별히 두 선수를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은 코트디부아르의 드로그바이고 또 한 선수는 북한의 정대세이다.

프리미어 리그 첼시 소속인 드로그바는 내전에 휩싸인 자기 조국의 전쟁을 멈추게 하고 평화를 만들어 내었다. 2002년에 시작된 코트디부아르의 내전은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70만 명이나 되는 난민까지 생겨나게 하였다. 분단까지 거론되던 상황에서, 2005년 10월, 드로그바는 큰 활약으로 팀을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뒤, 생중계 TV 인터뷰에서 무릎을 꿇고 적어도 1주일만이라도 전쟁을 멈춰주기를 호소한다.

드로그바의 호소는 정부군과 반군을 감동시켰고, 거짓말처럼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내전 이후 최초로 총성이 울리지 않는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7년, 내전은 종식되었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이지만, 정말로 축구가 평화를 만들어 내었다. 드로그바는 그 시간을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그동안 수많은 트로피를 받았지만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가져다준 그 순간이 가장 영광스러운 트로피다."

북한 선수로 출전한 정대세는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이다. 이미 한국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국적이 한국이지만 조선학교에 다녔고, 그의 아버지는 한국적, 어머니는 조선적이다. 그런데 그는 이번에 FIFA에 자필 청원서까지 써서 북한 선수로 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 식민지 경험과 전쟁, 그리고 분단으로 이어진 한반도의 삶을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브라질과의 경기에 앞서 뜨거운 눈물을 흘릴 때 우리의 눈시울도 뜨거워졌던 것이다. 그런 정대세가 선수로 있는 북한이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아깝게 졌을 때 우리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뿌듯했고,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장마 빗속을 뚫고 수천 명의 시민들이 피스코리아를 외치며 정대세선수를 응원하였다.

상상이지만 이번에 남북의 선수들을 반반씩 섞어 코리아 1, 2팀으로 팀을 구성하여 박지성과 정대세가 같이 뛰었으면 어땠을까? 코리아 1, 2팀 모두 16강에 진출한 뒤 두 사람이 세계의 언론매체 앞에서 "코리아는 하나입니다. 이제 한반도에서 평화통일을 이룹시다!" 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짜릿하다. 우리 모두 축구를 볼 때마다 축구로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만든 '드록신' 드로그바를 기억하자. 그리고 정대세를 떠올리며 이 땅에서 축구를 통해 이루어질 평화의 꿈을 꾸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보며 축구를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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