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시리즈

'할머니' 시리즈

[ 예화사전 ] <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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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15일(화) 17:54


목회를 잘하여 교회를 부흥시킨 S 목사에게는 항상 많은 후배들과 제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 한 제자가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제자는 목회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목사님은 어떻게 당회를 인도하시기에 그렇게도 행복하고 평안한 목회를 하시는지 목회 노하우 한 수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힘드냐고 되물었을 때, 제자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장로님이 다섯 분 계시는데 항상 두 분의 갈등관계로 당회가 편치 않고 그것이 목회에 연장된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S 목사는 오래전 읽었던 서정범교수의 '별곡시리즈' 가운데 할머니 시리즈 하나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할머니가 택시를 타려고 집을 나서는데 손자가 당부를 합니다. "할머니, 택시 기사가 미터기 속일지 모르니 잘 보고 타세요." 할머니가 택시에 오르자마자 미터기를 보았습니다. 기본요금이 7백원 할 때였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미터기는 1천원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다 왔다" 하면서 치마를 걷어 올리고 고쟁이 주머니에서 3백원을 꺼내 기사에게 건넸습니다. "아니 할머니, 1천원인데 3백원만 주시면 어떡합니까?" "이놈이 그놈이네, 우리 손자가 말하기를 미터기 속일지도 모른다더니... 이놈아, 아까 출발 할 때 7백원에서 출발했잖나? 그러니 3백원 맞제."

또 하나의 이야기.
할머니가 택시를 탔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미터기에 2천원이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1천원을 내놓고 택시를 내리려 합니다. "아니 할머니 2천원인데 1천원만 주시면 어떡합니까?" "이놈아, 니하고 나하고 둘이 타고 왔잖나? 니 천원 내 천원, 맞잖나 이놈아." 기사와 할머니가 "돈을 더 내라, 못 낸다" 시비가 붙었습니다.

S 목사는 제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두 사람이 싸움이 붙었는데, 자네 생각에는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상황으로 볼 때 기사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지만 할머니가 이길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네. 분명한 것은 할머니가 잘못이지만,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싸움 없이 해결하려면 기사가 이해하고 7백원 손해 보는 것이지. 그러면 다음 손님을 태우러 갈 수 있지만 끝까지 7백원 받으려 하면 받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기분상한 가운데 일도 할 수 없게 되는 법이지." 상담을 왔던 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습니다.

이런 일들은 교회 안에서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규범으로 이해하면 할머니가 틀렸지만, 상황으로 이해하면 기사도 할머니도 틀린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할머니는 자기 인식 수준에서 그 이상도 이하도 생각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둘 다 잘못 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극과 극을 달리는 것입니다. 그것을 인지하고 수용하고 품어갈 때 우리의 삶은 보다 아름답게 가꾸어집니다.

서임중 / 목사 ㆍ 포항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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