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에 선 교회의 문화 실험'

'소극장에 선 교회의 문화 실험'

[ 문화 ] 한국교회가 만든 영화 연극 콘서트 펼쳐진 '꿈의 축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6월 03일(목) 16:17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 살 부딪히는 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소극장' 무대의 매력은 바로 그것이다.

'소통'. 소극장에는 배우와 관객이 서로의 심장박동을 공유하며 땀 냄새까지 정겹게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일까. 그 곳에서는 '배우'와 '관객'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가 통하지 않는다. 그 위에는 '기독교'와 '비기독교'라는 차별이 없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소통'이 '소통'하는 세상, 기독교가 '소극장'에 섰다.

지난 5월 20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풀빛극장에서 '꿈의 축제'가 열렸다. 영화 연극 콘서트가 한자리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먼저 한국 교회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영화사 '아이즈 필름(Eyes Film)'이 지난 1년 여 간 기획ㆍ촬영, 편집까지 마친 첫 단편영화 '버스(BUS)'가 상영됐다.

'살인하지 말라'는 부제가 달린 영화 '버스'는 데칼로그(성경의 십계)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지극히 기독교적이지만 기독교적 시각이 아닌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버스기사 아버지가 아들에게 저지른 '살인(殺人)'을 상식적,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소담하게 그려냈다. '기독교'라는 한계에도 영화는 고리타분한 교훈을 전달하려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대중의 입맛을 의식한 자극적인 유혹도 없앴다. 조미료를 치지 않은 자연식의 담백한 맛처럼 영화는 그렇게 조용히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사실 최근 기독교에 '영화 선교'의 바람이 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영화 '버스'의 상영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영화제작사가 재차 강조한 것처럼 특별 영화제나 종교 시설을 벗어나서 일반 극장에서 순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선보인 것은 주목받을 만하다. 10일 동안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학로에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켰다.

아쉬운 점은 문화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결집이 여전히 약하다는 것이다. 문화선교연구원은 7년째 서울기독교영화제를 진행중이고 본 교단은 매년 교육영화를 제작하며 영화선교에 주력하고 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소명'은 4만 관객을 동원했고 '회복'은 모나코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쥐었을 만큼 기독교의 영화 수준은 대중속으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충무로 '영화판'에는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교회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충만한 곳도 없다. 이번 '문화축제'는 개교회가 세상과 교회문화의 교집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 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한국교회가 선한 문화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결집을 이뤄야 더 큰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무대는 영화 외에도 지극히 기독교적이지만 기독교적인 색체를 배재한 연극 '파수꾼'과 그리고 '교회 문화'로 인식되어온 CCM콘서트까지 1시간 30분의 무대로 끝을 맺었다. 이번 무대는 '세속화에 대한 타협'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10일 동안 전석 매진 행진을 기록하며 기독교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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