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인문교육의 회복

성경적 인문교육의 회복

[ 논단 ] 주간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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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27일(목) 10:00
이형규 / 한기총 언론출판위원장ㆍ쿰란출판사 사장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박사는 구세대와 신세대를 구텐베르크 세대와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세대로 규정, 구세대는 문자 중심, 언어 중심 세대라면 신세대는 이미지와 은유 중심의 세대라 했다.

1980년에 시작한 필자의 출판 인생도 어느덧 30년째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출판계에 뛰어들어 경험한 출판계는 3백년의 세월이 흐른 것처럼 급변했다. 그러니까 출판 이력 30년 동안 3백년 이상을 압축한 경험과 일을 한 셈이다. 또, 필자의 인생 50년은 문명 발전의 속도로 볼 때 5백년을 압축해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요즘 필자의 중요한 기도제목 중 하나는 이 5백년의 문명 압축 충격에서 벗어나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볼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뒤돌아보면 30년 전 처음 출판계에 뛰어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문선과 조판 등을 거쳐 활판 인쇄로 책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 대지 작업, 편집, 식자 시절을 지나 맥킨토시 편집으로 이어지는 인쇄 기술의 혁신을 맞았다. 그것도 잠시, 이제 단순하게 문자 텍스트를 '읽는' 책에서 멀티미디어 하이퍼링크를 연결시켜 '보는'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종의 출판 쓰나미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2007년 아마존의 '킨들'이 오프라인 서적의 디지털화와 대중의 새로운 전자책 콘텐츠 소비의 가능성을 열었을 때만 해도 큰 충격이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이라 해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이 상용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검색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몇 년 전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총수가 "아내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어야 도태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들 사이에 큰 화두가 된 적이 있다.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중요한 본질인 기본 텍스트를 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전자책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조금씩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기독교 서적은 너무 인터넷에 의존해선 안 된다. 예컨대 비행기를 타고 냉난방이 잘된 차로 다녀온 성지순례와 며칠간의 도보로 해낸 성지순례는 같은 성지순례이긴 하지만 질적으로 다르다. 하물며 인터넷에서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 검색과 독서라는 신체적인 수련 과정을 통한 읽기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책장을 손으로 직접 넘기면서 줄을 치거나 중요한 부분은 옮겨 적으며 읽는 것이 아니라면 진정한 읽기가 아니다. 인간은 책을 신체적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찾아낸 감동과 그 감동을 내면화해 가는 과정에서 크나큰 즐거움을 누린다. 여기서 새롭게 발견된 것은 바로 인간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신체성이다. 이것은 디지털 때문에 새롭게 발견된 아날로그 세계, 그중 가장 중요한, 직접 만지고 넘기는 과정에서 느끼는 촉감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주목이다. 결코 편리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문화의 기본 속성이다.

하물며 영성을 키우는 독서야말로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영혼이 새롭게 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예로부터 성현들은 인문(人文)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그 과정으로서 문사철(文士哲)의 절차를 중시했다. 필자는 인간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디지털의 확대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속도의 무한질주에 공감하고 그 대처 방안을 준비하면서도, 아날로그를 바탕으로 한 인간성의 강조와 인문학 분야의 중요성은 더 커지리라 예상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텍스트를 통한 이야기와 지식과 지혜를 전파하는 산업군에서 기초 콘텐츠 제공자가 되는 출판 산업은 앞으로도 영원히 존속되리라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계시와 복음을 주실 때에도 텍스트와 이야기로 주셨다는 것은 이 세상 어떤 종교도 흉내낼 수 없는 하나님의 지혜이며 우리에겐 축복이다. 종교개혁자들의 고백처럼 컨텍스트를 문화와 환경에 적용시키되 본질이 되는 텍스트는 변함없이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모든 교회가 성경 텍스트를 제대로 가르치고 그를 통해 성경적 인문(人文) 교육이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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