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교회에 초등학생들이 몰려드는 이유?

산골교회에 초등학생들이 몰려드는 이유?

[ 교단 ] <전도로부흥성장하는 교회>제자원교회의 특별한 아동 사역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5월 25일(화) 16:50
   
▲ 초등학생 등하교 봉사와 주말학교 사역으로 부흥하고 있는 제자원교회.
   
▲ 이인숙목사는 특별한 아동사역을 통해 산골교회의 기적을 일구고 있다.

【거창=표현모기자】 최근 교회학교 학생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한국교회 공통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한국교회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뜻이기에 이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걱정의 크기는 그 무엇보다 크다.
 
시골교회의 경우에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도시의 교회들도 어린이, 청소년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떠나고 없는 시골교회들이 겪고 있는 교회학교 운영의 어려움은 이제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경남 거창군 거창읍 가지리의 제자원교회(이인숙목사 시무)는 한국교회, 특히 시골교회의 교회학교의 운영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주고 있다. 읍단위의 마을, 그것도 인적이 드문 산중턱에 위치한 이 교회 교회학교에는 어린이들이 1백명, 청소년부에는 50명의 학생들이 출석하고 있다. 장년 출석교인이 50명이 채 되지 않는 조그마한 교회에 유독 교회학교와 청소년부의 어린 학생들이 차고 넘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제자원교회의 특별한 사역의 비결을 확인하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 교회에 다다르자 아담하고 예쁜 교회 종탑과 예배당이 눈에 띄었다. 마당에는 대형 트램펄린과 놀이터가 눈길을 끌었다.
 
예배당은 50여 명 정도가 겨우 앉을 수 있을 것 같이 작게 느껴졌다. 교회를 안내한 이인숙목사는 교회학교 학생들은 이곳에 다 수용할 수 없어 옆에 마련된 가건물에서 TV를 통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교회학교의 운영은 토요일부터 시작된다. 놀토일 경우에는 교회의 대형버스가 아이들을 가가호호 방문하고, 수업이 있는 날은 학교를 방문해 방과 후 정문에서 태워 교회로 데려온다. 교회에 도착한 아이들은 곧바로 점심을 먹고 성경공부, 찬양율동, 체험학습 시간을 갖는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은 이러한 정규 시간이 끝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놀이터에서 놀거나 교회 뒷산 개울로 가재 등을 잡으러 간다.
 
주일에는 오전 9시 30분 오전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은 뒤 그날의 설교본문을 가지고 퀴즈와 복습계임, 분반공부를 진행한다. 역시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유시간을 준다. 이 목사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은 주말에는 하루종일 교회에서 산다"고 할 정도다. 교회에 오는 아이들은 좋은 식사와 흥미로운 프로그램, 그리고 아이들을 배려한 놀이기구 및 시설들로 너무나 행복해하고 바쁜 부모들은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 거창읍 전역에서 제자원교회는 '아이들 잘 보는 교회'로 소문나 있다고 한다.
 
그러나 1998년 개척된 제자원교회가 이런 특성화된 사역을 진행하고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이인숙목사는 40세에 신학을 시작해 1998년 남편의 양계축산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역대상인 외국인들이 일정 기간이 되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연속적인 사역진행이 어려워지자 이 목사는 사역의 대상을 지역주민들로 정하고 이들의 필요를 돌보기 시작했다.
 
이 목사가 처음 파악하게 된 지역민들의 필요는 거리가 먼 자녀들의 등교와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었다. 지역의 학부모들이 바쁜 농사일 때문에 아침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 목사는 2003년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아침 등교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응이 워낙 없어 한달 동안 고작 한 명의 아동이 신청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 차츰 소문이 돌아 신청하는 가정이 늘면서 거창 지역 전역에서 학부모들이 아침등교 차량 봉사를 신청하게 됐다고.
 
아침등교 봉사에 이어 진행하게 된 사역은 주말 방과후 학교. 평일에는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에 다니지만 주말에는 집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의 주민들은 주말 동안 아이들을 양육하고 돌봐주는 시설이나 기관이 절실했다.
 
"두 가지 봉사를 시작하자 2003년부터 갑자기 교회학교로 어린이들이 몰리기 시작했어요. 모두들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죠. 보세요. 이 산골까지 누가 교회를 찾아오겠어요."
 
이 목사는 사역에 대한 요구가 더욱 증가하자 2005년 5월에는 거창지역아동센터(공부방)를 설립해 결손가정 아이들을 전반적으로 돌보고 있다.
 
아이들이 교회에 오면서 몇몇 가정의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교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교인이 10명도 되지 않던 제자원교회에 약 50여 명의 장년 교인들이 출석하게 됐다. 교회학교에 출석하던 아이들은 점점 성장해 올해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이 생겼고, 중고등부 학생들도 약 50여 명이 출석하고 있다. 주말 동안 초등학생들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중고등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연이어 진행된다.
 
제자원교회는 이러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 커다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근에 1만4천2백14㎡의 교회부지를 마련, 성전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 목사는 "이곳에 교회 건물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문화체육시설과 청소년 생활 시설을 갖출 계획"이라며 "지금은 재정이 없는 상태이지만 문화, 복지 시설과 중보기도가 겸해지는 복합 청소년 문화 센터가 건축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