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

'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

[ 교계 ] 한국기독교학회 '목회자가 본 한국 신학교육과 목회현장' 간담회 개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5월 17일(월) 13:42

'신학이 먼저냐 목회가 먼저냐'를 논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만큼 해묵은 논쟁일지도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신학자와 목회자 사이에 '이론'과 '현장'이라는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기독교학회는 지난 13일 신학자와 목회자 30여 명을 초청해 목회자에게 신학교육의 문제와 목회현장의 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3일 한국기독교학회(회장:정장복)가 '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30여 명의 목회자와 신학자를 초청, 목회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신학교육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방법 등에 대한 속깊은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목회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신학자들이 이론에만 치우쳐 교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날선 비판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기독교학회 정장복회장은 "한국교회 선교 1백30년 동안 신학은 많은 목회자들을 배출하였고 교회가 부흥하며 세계적인 교회가 됐다. 그 배후에는 신학교육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목회현실은 점점 어려워지고 신학과 목회는 그 간격의 벽이 높아만 간다. 거기에 신학자들은 단순한 학문에만 깊은 관심을 두고 목회 현장의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한국교회 목회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신학교육을 위한 제언을 듣고자 한다"며 이날 자리의 목적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신촌교회 이정익목사는 "신학자들은 경험과 현장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론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교회성장'이라는 말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신학교를 졸업하면 학자도 아니고 목회자도 아니다. 현장과 목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신학교육이 필요한데 재교육이 필요한 것도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신학자들이 현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참여한다면 목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신학교육이 만들어질 것이고 교회에 대한 비판도 지금보다 훨씬 사려깊을 것"이라면서도 "교회에도 신학이 부재하기 때문에 교회 일탈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신학을 경시하는 교회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동교회 박종화목사는 "신학을 존중하지만 현장에서는 거리감이 크다"면서 "신학자들이 교회현장을 따뜻하게 비판하기 위해서는 안식년에 학문에만 전념하지 말고 목회현장에서 집중적으로 수련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또 "신학대에서 6년만 공부하면 평생동안 목회가 가능한 것도 문제"라는 박 목사는 "목회자들도 계속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우목사(감람교회)도 "신학자들이 현장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교회에 대한 비판적 역할은 잘 하면서 교회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서 더불어 "목회자들도 끊임없이 신학공부를 해야 한다"고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20여 년을 신학자로 있다가 목회 현장에 들어선지 7년쯤 됐다"고 말문을 연 소망교회 김지철목사는 "신학과 목회는 완전한 다름이 아니라 서로 '긴장'이라는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신학이 없는 교회는 의미가 없다. 그 둘의 관계가 깨진다면 오히려 교회의 성장은 멈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신학자들이 목회자들이 긴장할 수 있도록 신학적 방향성을 잘 이끌어줘야 한다"고 당부하며 "신학이 있는 목회, 목회가 있는 신학을 서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관계협력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이외에도 신학과 목회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 한태수목사(은평성결교회)는 학교와 교회가 산학협동으로 보다 실질적인 목회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것을 제안했고 정재우목사(평택성결교회)는 국내외 교회를 탐방하는 실습목회를 강조했다. 이윤재목사(분당한신교회)도 "신학교에서 목회 메뉴얼까지 제공할 수는 없다"면서 강의중심이 아닌 학생들이 참여하는 워크숍 중심의 수업으로 전환할 것,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영성훈련과 목회자적 자질을 키워내 예수님처럼 제자를 양성할 것 등을 제안했다.

지난 1973년 창립되어 신학의 전분야를 아우르는 13개 회원학회와 40여 개의 신학대 및 일반대 신학 전공학과 학자들의 모임인 한국기독교학회는 차후 신학자들의 입장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신학교육과 목회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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