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논단 ] 주간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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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06일(목) 13:59
이재천 / CBS 사장

한국교회 일부 교단은 교리적 차이 때문에 나눠진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다툼으로 갈라졌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는 화해와 일치의 기쁨보다는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안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에는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가 있고, 한기총도 상임위원회에 '교회일치 위원회'를 두고 있다. 두 위원회 모두 '교회 간의 연합과 협력에 관한 역할'을 임무로 하고 있다. 이런 기구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한국교회가 분열되어 있다는 반증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기독교 교단 수는 2002년 1백70개에서 2009년 1백25개로 감소했다. 그 이유는 연합기관들의 일치를 위한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경기침체와 교인 수 감소 때문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바울 사도는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 4:3)고 권면하면서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 분이시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느니라 주도 한 분이시요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엡 4:4~6)고 말씀하셨다. 그런데도 교회의 역사는 하나 되기보다는 분열이 이어진 것이 아닌가, 특히 이러한 분열이 한국교회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교회가 분열되다 보니 각 교단별로 지도력이 분산돼 다른 종교와 달리 한국교회를 통틀어 대표할만한 지도자를 세우기가 어렵다. 우리 교계가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교회를 아우르는 기관마저 두 곳으로 나뉘어 있어서 분열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아픔은 이런 분열과 다툼의 소식이 일반 사회에 전해지면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당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행하는 기쁘고 뜻있는 사역들에 대한 이야기는 교회 안에만 머무는 반면 다투거나 깨지는 부끄러운 이야기들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

이런 가운데 한줄기 햇살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와 우리를 기쁘게 했다. 바로 지난 1월 15일,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두 단체인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교회희망연대가 '한국교회희망봉사단'으로 통합한 일이다. 물론 두 단체의 주요 구성원들이 많이 중복되지만, 비슷한 성원들에 대표만 다른 단체가 수없이 많은 한국교회의 현실에서는, 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처럼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또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아이티 강진 때 한국교회가 하나가 돼 성금을 모으고 전달함으로써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데 이바지 했다고 본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진리는 한마디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땅에 기독교가 전파된 이래 한국교회의 '하나님 사랑'의 실천은 그 어느 시대, 그 어느 나라보다 뜨거웠다고 자부할 수 있다.

불과 1백 여 년의 짧은 기간에 이토록 놀라운 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이뤄냈고, 전세계에 선교사를 두번째로 많이 보낸 나라가 됐으니 말이다. 한국교회의 이런 훌륭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교회와 교단간의 지나친 경쟁이 상호간의 반목과 분열을 초래했고, 결국 한국교회가 비판적인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던 것은 아닐까?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는 한편 한국교회는 기독교가 전래된 일제 강점기부터 나라와 민족을 위한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동족을 위해 구제와 봉사의 손길을 뻗치며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이런 범국가적, 범국민적 사업을 펼치면서 교회와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일치와 협력의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됐다. 즉 한국교회가 성장과 부흥에만 힘쓸 때는 본의 아니게 다툼과 분열이 나타났지만, 힘을 모아 선교하고 이웃을 위해 나눔과 섬김을 실천할 때는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해방 이후 좌우이념의 첨예한 대립으로 사회혼란이 빚어졌을 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됐다. 화합과 협력을 강조하는 이 말이 지금 한국교회에 똑같이 필요한 명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국 교계에선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총회 개최를 앞두고 또 다시 교단간 대립과 반목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뜻 있는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오해와 불신이 있다면 말끔히 씻어내고 다같이 힘을 모아 총회를 잘 치뤄냄으로써 한국교회의 국제적인 위상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의 하나인 CBS 기독교방송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앞장서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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