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야구장 가요"

"아빠, 우리 야구장 가요"

[ 교계 ] 선교사에 의해 전수된 야구, 가정회복의 의미 내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5월 04일(화) 11:08
   
▲ 지난 1920년 11월 제1회 전조선 야구대회 개회식에서 시구하는 이상재선생. (사진제공/서울YMCA)

"5월엔 연타석 홈런(Home run, 집으로 뛰어가다)치세요!"

요즘 야구열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982년 출범한 이후 지난해까지 프로야구의 누적관중은 9천7백5십만 명으로 올해안에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야구장을 방문하는 계층도 남성에서 여성, 가족단위로 확대됐다. 지난 1905년 필립 L.질레트선교사(P.Gillett)가 황성기독교청년회(현재의 서울YMCA) 회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친 것이 우리나라 야구의 시초. 이러한 야구게임에 가정회복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면?

초창기 타구(打球)로 불리기도 했던 야구(野球, Baseball)는 들판에서 공을 던지고 친다는 의미로 번역돼 오늘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최재건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는 "당시 각종 문물의 명칭은 한발 앞서 서구 문명을 수용한 일본과 중국의 말로 전해졌다"며 "일본인들이 자의적으로 들판 '야'자를 사용하면서 게임의 본질이 가려지게 됐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70년대 미국 유학시절 야구장 아나운서의 '요즘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멘트를 듣고 처음 야구가 가정의 회복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처음이자 마지막 베이스인 홈(Home, 집)은 실제로 집모양을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주자가 '홈인(Home in, 집으로 들어오다)'하면 심판이 '세이프(Safe, 안전한)'를 선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옛말 그대로 타자는 한 번 집을 나가면 눈치를 살피며 죽지 않기 위해 뛰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 1910년대 우리나라 최초이자, 당시 최고의 실력을 지녔던 YMCA 야구단 모습(사진제공/서울YMCA)
또한 집은 이기는 장소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집은 빨리 돌아갈수록 좋기에 1루타 보다 2루타, 3루타가 더 좋고 홈런을 치면 다른 사람들까지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수훈을 남기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온 단어 속에 야구게임의 본질이 내포돼 있는 것.

한편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양화진에는 이땅에 야구를 보급한 질레트선교사의 어린 딸 베이비 질레트(Gillette, Baby)가 잠들어있다. 1905년 사망한 갓난아기의 묘지. 가정의 달, 베이비 질레트를 찾아가 자녀들에게 역사를 알리고 온가족이 함께 야구장을 방문해 가정의 회복을 다짐하는 것도 좋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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