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선 '긴 숨' 쉬세요

아이티에선 '긴 숨' 쉬세요

[ NGO칼럼 ] 엔지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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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22일(목) 10:41
안홍철
목사ㆍ총회 사회봉사부 간사

유난히 많이 내린 눈이 다 녹지도 않은 차가운 겨울날에 더운 나라 아이티에 지진이 일어나 수 십만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초로 흑인 공화국을 수립한 나라, 그러나 역사의 질곡과 정치의 실패로 인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그래서 진흙쿠키로 기억되는 나라, 아이티!

우리들은 가난한 나라의 슬픈 재해에 몸서리치고 눈물 흘렸다. 두려움에 떠는 상처투성이 아기의 눈물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주머니를 털었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의 마음에 심어주신 인류애와 주의 사랑으로 같이 아파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헌금을 했다. 모금액이 점점 늘어나 5억, 10억, 드디어 35억이 넘었다. 3천 교회가 동참한 단일 교단 최대의 모금액으로 모두가 놀랐다.

 해외재해구호 실무자로서 감사와 자부심, 그러나 모금액이 커질수록 더 큰 부담을 느꼈다.
긴급구호를 위해 인접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 파송된 선교사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그 분은 아이티 구호는 안전, 전염병, 문화적 문제 등의 이유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오히려 더디게 오라고 했다. 재해가 나자마자 실무자가 급파되어야만 교회의 관심과 기도도 더해지리라는 조바심에 마음도 상하고 선교사에 대한 원망도 생겼다. 재해 발생 후 두 주가 지나서야 아이티에 들어가 구호를 실시했다. 절망적인 폐허 앞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자원봉사자 누구도 한동안 음식을 가까이 할 수 없었다.

긴급구호를 끝내고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와서 실무책임자인 총무님과 중장기 지원을 논의했다. 아이티에 대해서 너무 모르기에 아이티의 역사와 문화를 아는 데서 출발해야 했다. 협력 사역을 진행할 구호 전문기관과 현지 파트너도 찾아야 한다. 많이 파괴되었지만 아직도 남아 있을 마을 공동체의 지도력을 찾아서 함께 지역개발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지한 연구와 중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티 지원 정책위원회를 만들어서 아이티 관련 자료를 번역하여 연구하였다. 아이티 지원 홈페이지(www.ilove-haiti.or.kr)를 만들어서 현재 구호 상황과 동향을 파악하려고 했다.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하여 아이티 중장기지원 연구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왜 모금만 하고 재빨리 지원하지 않느냐고 질책한다. 다른 교단이나 구호기관은 그 씀씀이가 매체에 잘 알려지는데 우리 교단은 도대체 뭐하냐고 말이 많다. 그러나, 우리 교단이 선교사 한 명 보내지 않은 관심 너머의 땅 아이티를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빨리 지원할 수 있는가? 너도 나도 학교와 고아원과 센터를 지으려고 하는데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지 욕구조사를 거쳐서 그 모든 일을 시행하고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긴 숨이다. 아이티의 눈물에 순수하게 동참한 교인들의 헌금을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긴 숨이 필요하다. 우리의 뜻대로가 아니라 아이티 지역 공동체의 뜻을 존중하고 세워주면서 선교적 관점에서 사역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숨이 필요하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결과가 당장 보이지 않는 지루하고 답답한 터널을 인내할 긴 숨, 큰 숨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도 한다. 긴 숨, 큰 숨, 기다림의 은사를 달라고…. 우리의 한계 속에서 차근차근하게 사역할 용기를 달라고 하나님 앞에 지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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