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과거사 청산 '교육'이 열쇠

한일 과거사 청산 '교육'이 열쇠

[ 교계 ] 독도 문제 등 교회들도 관심 가지고 교육 시작해야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0년 04월 09일(금) 10:34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대다수 일본인들에게 우리 영토 '독도'에 대해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이다.
 
그래서일까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 30일 교과용 도서심의회에서 '독도가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거나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5종을 모두 통과시켰다. 교육을 통해 국민들에게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 이는 국제 사회에서 독도 문제를 이슈화하는 동시에 정부와 우익단체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가끔씩 우익 단체들을 중심으로 독도에 대한 망언과 입장 발표가 있었지만 이를 집중 보도한 한국에 비해 현지에서는 큰 관심을 얻지 못했었다. 그러나 새 교과서로 수업이 시작되는 내년 4월부터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전에 1백여 명의 일본인 목회자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한ㆍ일 역사에 대해 강연한 적이 있는데 모두들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본인들에게 올바른 과거사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 온 요시다 코조 목사(서울 일본인교회)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과거사에 대해 제대로 배우거나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30년 가까이 한국에서 생활하며 양국 역사에 대해 연구해 온 그는 과거사에 대해 백지상태인 일본인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이 심겨질 것을 깊이 우려했다.
 
일본 사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일본인 교회들도 독도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개인의 의견보다 조직을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은 교회에서도 정치 문제나 스포츠 등 입장이 다를 수 있는 사안들은 대화의 주제로 삼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본크리스천신문 손제현 한국지국장(재일교포 2세)은 "기독교 언론인 자신들도 독도 문제를 다룬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재일교포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대우나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에서 과거 많은 상처를 입은 일본교회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많은 한인교회들이 한인과 일본인으로 구성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무엇을 해야할까?
 
"한ㆍ일 강제 병합은 오늘날까지도 양국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체계적인 교육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난 3월 26일 교회협 양성평등위원회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이뤄진 병합 과정을 돌아보고 올바른 과거사 청산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기독여성 관점에서 본 한일강제병합'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첫 발제자 양미강목사(한백교회, 세계NGO역사포럼 운영위원장)는 "과거는 지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과거와 단절된 미래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양국 정부가 역사와 현실을 철저히 분석해 정리작업에 착수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양국에 과도한 적대감과 민족주의를 형성하는 등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며, 양국 지도자들이 의지를 갖고 관련법 정비와 교류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나라 기독교 여성들의 민족운동과 세계 연대에 대해 소개한 이덕주교수(감신대)는 에큐메니칼 여성 민족운동의 효시가 된 '송죽형제회', 민족의 고난에 동참한 '애국부인회', 다양한 여성 사회사어을 전개한 '태화여자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던 '만국부인기도회' 모임 등을 소개하며, "교회 여성들은 교단을 초월해 고난에 동참하며 민족과 연대를 이뤘고 선교사를 통해 세계 여성들과도 화합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민족적이고 에큐메니칼적인 연대 운동이 신앙에 뿌리를 둔 '기도운동'에서 비롯된 점은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계승해야할 전통이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의 결말은 '교육'에 맞춰졌다. 한ㆍ일 양국 젊은이들이 역사를 잃어버리는 현상에 대한 심각성이 제기됐고, 참석자들은 교회가 교회학교 교재에 과거사에 대한 가르침을 담는 등 바른 역사교육에 앞장서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발표한 최근 사업안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독도를 지킬 1만 명의 어린이 사이버 외교관 양성 △일본 초등학교에 동북아 세계지도 보내기 운동 △일본 초등학교와 온라인 자매결연 운동 △일본 초등학교 교사 및 세계 교사들을 위한 학습 사이트 개발.
 
일본 교회뿐 아니라 많은 한국교회도 독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취재 중 만난 양국 기독교인들은 "이제 우리도 교회에서 이 문제를 내어놓고 진진한 대화를 시작할 때가 된 듯하다"고 전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