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鳴' 보다는 '響' 지향해야

'鳴' 보다는 '響' 지향해야

[ 제11회 기독신춘문예 ] 제11회 기독신춘문예 / 시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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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06일(화) 18:35
시는 우리 영혼의 향기이고, 언어예술의 꽃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국화 옆에서'라는 시에서, 한 송이 국화꽃이 피어나는 것이 봄 여름 가을 계절의 순환을 비롯한 온 우주적인 응집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개념에서 본다면, 많은 응모 작품들이 시와 산문을 잘 분별하지 못하거나, 시와 기도문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시를 쓰시려는 분들은, 동일한 소리라 할지라도 명(鳴)보다는 향(響)을 지향하는 시의 특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시는 말(언어,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말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건축처럼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재료들만 골라 섬세하게 조립하며 지어가는 것임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이다.

총 1백26명이 보낸 7백여 편의 작품들 가운데 1차로 21명의 작품을 추려내고, 다시 2차 심사에서 6명이 쓴 33편을 골라내었다. 최종 심사에 오른 여섯 분은 모두 상당한 습작 경험을 지닌 듯, 작품을 빚어내는 솜씨들이 만만치 않았다. 그 중에서 당선작과 가작 1편씩을 골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논의 끝에, '만종'을 당선작으로, '봄으로 가는 나무'를 가작으로 최종 결정하였다.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신춘문예가 신인 발굴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좀더 스케일이 크고 앞으로의 시작(詩作)이 기대되는 '만종'쪽을 택하기로 했다.

'만종'은 시적 상상력의 자유분방함을 통한 독창성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예감하게 하였다. 신인으로서의 패기도 좋게 보였고, 인간 심연을 넘나드는 깊은 사유를 창의적 방법으로 시로 형상화 시키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노을을 혈변으로 표현한 창의적 비유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결구(結句) 처리를 좀 쉽게 해버린 아쉬움이 있는 점은 옥의 티로 지적되었다. '봄으로 가는 나무'는 시적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다. 어휘 선택이 좋고 시적 구조를 촘촘히 엮어내는 것과, 사물을 시로 형상화 시키는 역량이 탁월하다. 시를 많이 써 본 내공을 느끼게 하였다. 많이 다듬어진 듯한 곱고 매끄러운 시적 흐름이 장점이나, 다듬어진 형식 못지 않게 시적 사유의 폭이 좀더 깊고 넓어져야 할 것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입상하신 두 분에게는 축하와 더불어 향후의 활약을 당부드리고, 아쉽게 입상되지 못한 이들에게는 계속적인 정진을 부탁드린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11년째 신춘문예라는 귀한 등용문을 마련해주고 있는 기독공보사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풍성한 시의 향연이 열리고, 우리 주님께 더 큰 영광 돌리게 되기를 기대하고 기원한다.

 / 심사위원 김소엽ㆍ권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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