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딛고 세상을 향해 '복음'을 외치다

전신마비 딛고 세상을 향해 '복음'을 외치다

[ 아름다운세상 ] 중도장애 극복 교회 개척 준비하는 이유형전도사, 부인 김현숙씨 7년간 신학수업 그림차처럼 동행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0년 03월 23일(화) 10:36
【대구=신동하기자】1983년이었다. 건장한 체격의 27살 청년이 다이빙을 하다 목뼈(경추5, 6번)가 부러져 중추신경이 손상되며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27년이 지난 올해 초 그는 영남신학대학교 신대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별없는 교회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중도장애의 고난을 딛고 복음의 선포자가 된 이유형전도사를 11일 대구 자택에서 만났다.
 
초인종을 누르자, 부인 김현숙씨가 문을 열며 반겼다. 김현숙씨는 이 전도사의 학부 4년, 신대원 3년 과정을 그림자처럼 동행했다. 매일 휠체어를 끌며 손가락도 펴지지 않는 남편의 학업을 도운 평생의 반려자요, 동역자다.
 
이유형전도사와 인사를 나눈 후 사고 당시 상황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픈 기억을 억지로 떠올렸을 그지만 담담하고 차분하게 회상했다.
 
"절규했어요.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를 수도 없이 생각했습니다. 삶에 대한 의욕이 꺾이고 도무지 희망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 때 한줄기 빛이 보였다. 그 빛은 사랑이고 소망이었다. 모태신앙으로 자랐지만 신앙 초보였던 그는 생사의 기로에 서며 진정으로 '주님'을 부르짖었고, 마음의 화평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체험하며 의지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신앙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다 현재의 부인을 만나며 더욱 안정을 찾았다. 부인은 독실한 불교도였다. 하지만 매일같이 휠체어에 앉아 벽을 보고 기도하는 남편을 보며 회심하고 결신하는 은혜를 입었다.
 
   
▲ 이유형전도사 부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이 서로 다르지 않으며, 또한 더불어 살아가며 용기와 희망을 나누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결혼 후 이 전도사에게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었다. 누구보다 성경을 깊이있게 읽던 이 전도사는 묵상 중에 소명을 받고 영남신대에 입학을 하게 됐다.
 
이 전도사는 "처음에는 주저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영남신대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것을 보고 용기내 입학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부부의 아름다운 동행은 시작됐다. 김현숙씨는 학교의 배려로 강의에 함께 들어가 이 전도사 옆에서 필기를 해주고, 시험을 치를 때면 감독관 입회 하에 구술을 받아적었다.
 
늦깎이 신학생은 밤을 새기 일쑤였다. 노력의 결과로 줄곧 수석을 놓치지 않더니 학부는 조기졸업했고, 신대원에서도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더니 졸업하며 대구서남노회장 성적상을 받았다.
 
이 전도사는 졸업식 날 부인에게 "당신이 진정한 졸업생"이라며 학사모와 졸업장을 건넸다. 학교에서는 부인의 헌신을 인정해 진희성총장 명의로 표창장을 수여했다.
 
이 전도사는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로 무사히 졸업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자신과의 싸움도 치열했다. 매일 앉아있다 보니 욕창이 생겨 방학을 하면 곧바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학기가 시작하면 퇴원하는 생활을 몇 년간 반복했다.
 
이 전도사는 "욕창으로 사실 많이 고생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학우들이 중보기도를 해주면서 씻은 듯이 치유되더니 지금까지 욕창 없이 지내고 있다"며 학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앞으로 이 전도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리며 교제하는 교회를 세우고자 준비 중에 있다. 개척을 준비하며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그래도 부부에게는 감사가 넘친다.
 
부부는 매일 같은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를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를 사랑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읽고 아픔과 슬픔을 다독거려주며 이해와 위로와 사랑을 나누게 해주심을 감사합니다. 아멘."

   

▲ 신대원 재학 시절 목회실습(결혼예식) 과정을 공부하며 '리마인드 웨딩'을 한 이유형전도사 부부.
/ 사진 이유형전도사 제공


*부부의 연
장애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이유형전도사는 장애인 재활 과정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김현숙씨를 만나 사랑을 키우다 결혼하게 됐다.
 
이 전도사는 호감을 선뜻 드러내지 못하다가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사랑을 고백했고, 김현숙씨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현숙씨는 "남편이 장애를 갖고 있지만 삶에 대한 의욕이 대단했다. 평소에 그런 모습을 눈여겨보다 남편이 저소득층 가정을 남모르게 돕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됐고, '이런 남자라면 평생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결혼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혼인신고만 하고 살다 결혼식은 늦게 치뤘다. 걱정과 달리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던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뒤늦게나마 진심으로 축복했다.
 
최근에는 '리마인드 웨딩'을 치를 수 있었다. 신대원 동료 학우들이 목회실습 과정을 학습하며 결혼예식의 이해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이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을 교수에게 추천한 것. 사실은 부부를 위한 학우들의 이벤트이기도 했다. 비록 실습 과정이었지만 부부는 서로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혼 과정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앞으로 부부가 펼칠 목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이 서로 다르지 않으며, 또한 더불어 살아가며 용기와 희망을 나누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