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주민선교의 위기와 해결책

해외 원주민선교의 위기와 해결책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3월 17일(수) 17:13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 결과 해외선교에 큰 힘을 기울이고 있고, 세계 제2의 선교대국이라는 말도 듣고 있다. 그러나 해외선교현장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선교의 위기가 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하는 해외선교는 해외원주민선교에 국한해서 말하고자 한다. 원주민선교의 위기가 무엇이며,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 민족주의의 대두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세계의 분쟁지역 33곳을 선정 발표(미국 외교전문지 프린폴리시 최신호 인용)한 바가 있다.(조선일보, 2월 24일자)

33곳의 세계분쟁지역 가운데 민족분쟁이나 독립운동 지역이 10곳으로 나와있다. 2007년 9월 유엔에서는 중요한 안건 하나를 정식으로 채택한 바가 있었다. '유엔 원주민 권리선언'이다. 세계 각지에 있는 원주민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남미 볼리비아는 원주민 출신 모랄레스가 대통령이 되어 원주민자치권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올해 12월 원주민자치권 인정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선포했다. 호주 정부는 2009년 4월 유엔 원주민권리선언을 지지한데 이어 8월부터 원주민주택정책에 따라 공짜로 집을 지어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캐나다 총리는 원주민유화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필자가 일했던 브라질 아마존 선교 말기(1996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아마존을 떠나기 전 선교사 숙소에 인디언 교회 청년들 10여 명이 찾아와서 대화를 신청했다. 그래서 그 내용을 들어보니 "한국 선교사는 예배당 짓는 일을 그만하고 우리들이 직접 예배당을 지을테니 한국교회는 예배당 지을 돈을 이제부터 우리들에게 넘겨달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들었다. 한마디로 한국교회 해외원주민 선교에 위기가 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도처에 나가 원주민 선교에 힘쓰는 한국교회 선교사들과 후원하는 교회, 세계선교정책 책임자들은 심각하게 이 문제를 보아야 할 것이다.

유엔 원주민권리선언이 나오기 이전부터 세계의 원주민들은 자기 것을 찾자는 운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원주민의 민족주의 운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한국 돈은 좋아. 하지만 한국 사람은 싫다. 미국 돈은 좋으나 미국인은 싫다." 요상한 민족주의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해외원주민선교는 앞으로 민족주의의 장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 것인가를 깊이 연구, 대처해야 한다. 원주민청년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해외원주민 선교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 해결책

원주민에게 나타나는 민족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신약성서 마가복음 10장45절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선교사의 섬김의 자세가 민족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선교비 주는 쪽의 문화는 우수하고 선교비 받는 쪽의 문화는 열등하다는 언동이 민족주의를 싹트게 하고 있다. 선교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낮아짐의 자세가 없이는 민족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

필자가 아마존선교사 시절 이런 일이 있었다. 인디언마을에 선교사 숙소가 있었다. 아마존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낡은 선풍기 한 대가 있었다. 그때 후배 젊은 선교사가 들어왔다. 필자에게 선교관에 에어컨 하나 달자고 제안했다. 그때 에어컨을 달만한 선교비는 있었으나 거절했다. "인디언 마을 주민의 70% 이상이 에어컨을 달게 되면 그때 선교관도 달 것이다." 에어컨 없이 아마존 열기를 견딘다는 것은 현대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낮아짐의 자세가 필요하고 그 낮아짐의 자세만이 불 같이 타오르는 민족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족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주민이 가지고 있는 자유, 자치, 자연의 원리를 존중해주는 일이다.(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 박홍규 저, 홍성사 참고)

지금까지 원주민 선교는 선교하는 쪽의 생각과 방법대로 선교했다.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주려고 했다. 그래서 반발과 저항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해외원주민 선교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존중해주는 운동이 필요하다. 간섭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살아가는 원주민들은 자연에 맞춰 살기를 바라고 있다. 자유, 자치, 자연의 원리는 이미 창조주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축복의 원리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리고 원주민이나 도시인이나 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도 깨우쳐주어야 한다. 그 길만이 민족주의를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주민 선교는 지도자훈련과 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원주민 청년 한 사람의 인격을 거듭나게 만들고 더 나아가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자유, 자치, 자연의 원리를 성서 속에서 찾도록 인도해주는 일만이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원주민 복음화의 길임을 확신한다.

이원경/평양노회 공로목사ㆍ아마존인디언宣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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