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번역하는 사람들

복음을 번역하는 사람들

[ 기자수첩 ]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10월 21일(월) 10:17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선정 소식이 전해지며, 한국 문학계와 더불어 우리 사회가 떠들썩하다.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순간에 설렘과 기대가 여실히 느껴진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한강 작가와 더불어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번역가들이다.

한강 작가는 한국 역사의 뒤안길에 드리운 어둠과 아픔을 그려내며, 역사적 사건이 개인에게 가한 폭력과 상처를 특유의 서정적 문체로 풀어낸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 속 짙게 배어있는 고유한 한국적 정서를 타국의 독자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는 번역가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문학은 한 시대와 공동체의 삶과 사유를 망라하는 지형도와도 같다. 때문에 이를 번역하는 일은 단순한 '언어의 변환'을 넘어, 문화적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작품 속 고유의 정서와 문화를 어떻게 타국의 독자들에게 온전히 이해시킬 것인가 하는 지난한 고민의 과정, '우리'가 아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가는 과정인 것이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채식주의자'의 등장인물들의 호칭을 옮기며 개인의 이름 대신 '처제의 남편', '지우 어머니'와 같은 관계 기반의 호칭을 사용했다. "영국 독자들은 유교적 위계에 따른 경직된 사회 질서를 이해할 가능성이 적었다"는 것이 그녀가 밝힌 번역의 이유였다.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것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복음을 세상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들'.

과거 비기독교인 다음세대들이 다수 참여한 전도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해당 행사의 예배에서 설교자는 '에큐메니칼 정신', '개혁주의', '구속', '십자가 보혈' 등 기독교인들에게는 익숙하나, 비기독교인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단어로 설교를 이어갔다. 당연하게도 비기독교인 다음세대들은 졸거나 딴청을 피웠다. 설교자의 열정은 백 번 이해가 되나,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비단 위의 행사 뿐 아니라, 교회가 세상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할 때 같은 태도의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의 언어로 '그들'을 설득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도의 본질은 '그들'의 언어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께서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복음의 전달자로 부르셨다. 이 사명을 감당할 때 무엇보다 가장 고민하고, 고려해야 할 것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비기독교인들의 세계관과 삶의 문법을 이해하고, 복음이 그들의 삶 속에서 의미 있게 들릴 수 있도록 고민하는 지난한 과정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해 보인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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