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불감증에 전염된 사회

낙태 불감증에 전염된 사회

[ NGO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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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11일(목) 10:45
김현철 /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대행

우리나라가 낙태에 대해 무감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생명의 창조주를 믿는 기독교인들이 8백63만 명이나 있다고 하는 나라가 세계에서 낙태율 3위이며 연간 35만 명의 생명을 낙태시술로 제거하고 있으니 이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교회에서마저도 낙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무지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그 생명을 해치는 낙태의 실상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전 국민적인 무지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국가가 경제발전을 이유로 산아제한을 했고 산아제한의 한 방법으로 낙태를 관대하게 허용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권장했던 것이 70년대 이후의 사회 분위기였다. 따라서 낙태를 심리적으로는 온당치 않게 생각은 하지만 죄의식을 가질 정도의 문제로는 여기지 않게 되었다. 낙태가 보편적인 가족경험이 되자 따라서 도덕적 사회전가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도 다 하니까"라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개인의 죄책감은 희석되었다.

둘째 이유는 세속적인 인본주의이다. 생명존중보다는 사회, 경제적 효율이 중시되는 현대문명의 영향을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았다. 고통의 요소를 줄이는 것이 행복이라는 매우 단편적인 사고방식에 따라서 제3의 생명의 존폐를 임의로 결정하고 있다.

낙태의 윤리성은 "언제부터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면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전례로 보아 종교에서는 답변을 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과학적인 지식에 근거하지 않고 막연한 주관을 피력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칼빈은 "태동이 시작되는 때부터 인간이다"라고 생각했다. 교단의 분위기에 따라 옳지 않은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실례로, 현재 기독교의 각 교파가 통일된 낙태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절대 반대부터 매우 자유스럽게 허용하는 입장까지 다양하다.

철학적으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법은 곧 그 시대의 철학(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런데 과연 일관성 있는 법이 있었던가? 미국의 경우, 1973년 1월 22일까지 낙태는 범죄였으나 1월 23일부터는 임신 말기까지 낙태해도 범죄가 아닌 것이 되었다. 대법원 판사들의 투표 결과 7대 2로 낙태가 자유화되었던 것이다. 비슷한 예로, 1857년 3월 6일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흑인이 합법적 인간이 아니었다. 이 또한 대법원 판사 7대 2의 다수결의 결과였다. 그러다가 1989년 7월 3일부터 낙태가 부분적으로는 범죄가 되었다. 2003년부터 상원이 결의한 법에 따라 임신 5개월 이후의 중기 낙태는 금지를 권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그때그때 사람들의 견해와 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철학에서는 일정한 답을 구할 수가 없다.

의학은 가장 명백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생명을 다루는 생명과학에서 생명의 시작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낙태가 사마귀 같은 불필요한 세포덩어리를 제거하는 외과수술인지, 아니면 인간을 제거하는 살인인지가 결정된다. 이와 같이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답을 찾을 수 있는 윤리문제가 낙태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윤리문제보다도 윤리성을 결정하기가 쉽다.

인간은 신체적 장애 여부,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태아도 사회적 신분과 신체적 장애 여부에 따라 생명권이 침해당할 수 없으며, 차별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보호받아야 하고 태어날 권리가 있다.

최근 '진정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법낙태 근절을 위한 성명발표와 양심선언을 하였으며, 국민과 정부에게 보내는 '낙태근절호소문'을 발표하고 낙태근절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월 29일에는 프로라이프 의사회를 구성하고 미혼모나 장애 태아, 임신 중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해 낙태 위기에 처한 임신부를 전문적으로 돕기 위한 '낙태구조센터(prolife-dr.org)'를 운영 중에 있다. 프로라이프(낙태반대운동연합)도 홈페이지(prolife.or.kr)와 전화 상담을 통해 위기임신 중에 낙태문제를 고민하는 여성과 가족을 돕기 위한 상담센터인 '임신상담출산지원센터' 운영 중이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는 불법인공임신중절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였으며, 낙태감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러나 임신한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제도적 장치가 더욱 마련되길 바라며, 정부는 양육지원정책의 강화와 낙태에 대한 시민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 주길 바란다. 그리고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먼저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낙태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생명이 파괴되는 현실에 대하여 침묵하지 않으며, 죽음으로 끌려가는 여러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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