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 훨훨 날아올라라'

'키위! 훨훨 날아올라라'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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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11일(목) 10:08
김재영 / 광주 성안교회 목사

키위(kiwi)라는 새가 있다. 뉴질랜드에서만 사는 토종새이다. 날지 않기 때문에 새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날개는 퇴화되어 없어졌고, 굵은 두 다리가 무거운 몸집을 겨우 지탱하고 있다. 키위는 매우 겁이 많아서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오는데, 땅을 세게 밟아 꿈틀거리는 벌레의 냄새를 맡고 발에 닿는 촉감으로 먹이를 찾는다. 그렇게 주로 밤에만 활동을 하다 보니 눈이 어두워져 버렸다. 급기야 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날개와 눈은 퇴화되고 부리와 다리만 발달하게 된 것이다. 키위는 그야말로 모양만 새, 새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불쌍한 새가 되고 말았다.

교회 역시 그 정체성을 잃어버릴 때 '모양만 교회'가 될 수밖에 없다. 정체성이 분명할 때에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가 그 정체성을 잃고 침체되는 위기에 놓여있다. 1980년대까지 한국교회는 지속적으로 큰 부흥을 이루어 왔으나, 1990년대 이후 부흥이 중단되었으며 점차 감소 추세를 보였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음이 자명하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이러한 침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한국교회의 침체 원인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영성의 영역이다. 우리 한국 사회 안에서 경제적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교회 안에 세속화 현상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에 따라 영성의 빈곤화가 일어나 성직자들의 관료화 경향이 생겨났으며, 성도들이 신앙생활을 등한시하는 풍조가 확산되었다. 한편 신앙생활을 진실하게 하고자 하는 성도들의 소망과 갈구가 교회 안에서 충족되지 못함으로 인해 소위 냉랭한 신도들이 늘고 있다. 건전하지 못한 신비적ㆍ주술적 유형의 유사 종교생활에 많이 빠져드는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또한 교회 활동과 일반 사회활동의 구별이 모호해지면서 교회의 정체성이 약화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교회가 세상 가운데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세속적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으로 인해 교회가 세속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다음으로 도덕성의 영역이다. 지난 2008년 한국의 기독교 윤리 실천운동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하여 성인 1천명에게 교회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55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론조사의 응답 내용으로 48.3%가 교회를 신뢰하지 않았으며 18.04%만이 신뢰한다고 대답했고, 33.3%는 보통이라고 했다. 이러한 결과는 다름 아닌 도덕성의 문제가 교회의 신뢰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근본적으로 도덕성은 양심에 기초하는데, 이 양심을 온전하게 깨우칠 수 있는 것은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뿐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과 성경에 대한 지식이 머리에서는 극히 풍성하고 비대하나 가슴까지 내려와 양심을 건드리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한국교회의 도덕적 한계이다.
이러한 도덕성의 결여가 한국교회를 침체로 이끌고 가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성의 영역이다. 계몽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한국교회 내 많은 조직에서 개인주의와 혼합주의가 심각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주관적인 신앙과 신비영역에 대한 갈망은 더욱 개인주의적이고 자아충족적인 경향을 띠게 되어, 공동체적 분야에는 무관심하게 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인 신앙은 뜨거우나 교회와 타인을 위한 헌신은 식고 있다. 사회를 향해 열린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고, 공동체가 확장되는 것에는 관심이 적다. 이러한 개인주의와 세속적 신념의 구조로 인해 교회의 공동체성이 약화되고 있다.

누가 보아도 침체의 위기에 있다면, 이제 그 시선을 거룩한 부담감으로 끌어안고, 괄목할 만한 또 한번의 갱신, 제 2의 부흥을 이루어야 할 때이다.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닌, 푸른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가 되어야 한다. 이를 간절히 소망하며 갱신을 도모하는 교회들을 통해, 하나님은 현재의 침체를 극복하게 하시고 성숙한 부흥의 역사를 다시 써나가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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