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닉"

"사랑해요, 닉"

[ 아름다운세상 ] 호주판 오체불만족, 닉 부이치치 방한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3월 09일(화) 14:19

   
▲ 지난달 27일 부천제일교회를 찾은 닉.
밴쿠버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너도 나도 벅찬 '희망'을 이야기하던 지난 겨울의 끝자락. '희망전도사', '호주판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라고 불리우는 한 청년이 한국을 찾아왔다. 닉 부이치치(1982년생, Nicholas James Vujicic). 지난 2월 21일 방한한 그는 약 일주일간 빼곡한 일정을 소화한 뒤,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놓은 채 떠났다. "살아있는 한 소망은 항상 있다."

'테트라 아멜리아 증후군'에 걸린 닉은 팔다리가 없다. 머리와 몸, 왼발과 발가락 두개가 신체의 전부. 태어날 때부터 닉은 그랬다. '장애'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아이는 학교에 입학할 무렵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의 세상은 급속도로 잿빛으로 굳어갔다.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기도 전에 찾아온 친구들의 모진 따돌림과 냉대. 견딜 수 없었던 아들이 어머니에게 처음 "죽고 싶다"고 말한 것이 겨우 8살때의 일이다. 10살이 된 닉은 부모님의 인생에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욕조에 물을 채워놓고 자살을 시도했다.

"닉,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나머지는 하나님이 책임져주실거야." 부모는 눈물을 삼킨 채 도리어 아들을 강하게 단련했다. 남들과 똑같이 대하고자 장애인 학교가 아닌 일반인 학교에 진학하게 했고 늘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매일 성경을 읽어주면서 기도로 양육한 결과, 3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아이는 '하나님의 온전한 작품'으로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닉은 대학에서 회계학, 재무학을 복수전공했다. 취미는 수영, 축구, 서핑, 골프, 낚시…. 자신을 한계 안에 가둬놓기 보다 끊임없는 도전을 선택한 결과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사회복지단체 '사지없는 인생(Life Without Limbs)'을 설립한 청년 닉은 이제 세계를 돌며 자신의 '절망극복기'를 나누고 있다. 호기심, 때로는 동정어린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면서. 닉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린시절 나는 늘 우울했다(depressed)." '두려운(scared), 나약한(weak), 희망이 없는(hopeless), 혼자인(alone), 무의미한(pointless)' 등 닉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짙은 무채색의 언어들을 나열한다. 있는 힘껏 삶을 비관하던 아이는 어떻게 세계적인 희망전도사가 됐을까. 부모의 관심과 애정, 주위의 격려, 불굴의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닉의 희망은 예수님으로부터 싹을 틔운다.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소경의 이야기는 삶을 마주하는 그의 태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때 예수님이 소경이 눈먼 모습으로 태어난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신 대목에서다. 장애를 딛고 일어선 누군가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으며, 19살 청소년집회에서의 첫 간증에 사람들이 감화받는 모습을 보면서 희미했던 삶의 이유와 목적은 점점 선명해져갔다.

   
▲ 닉이 가는 곳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아이들이다. 닉의 모습을 담고자 사진촬영에 심취해있는 한 어린이의 모습.

"나를 통해 누군가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내 몸이 이런 모습인 것도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닉이 한 일은 밝고 활기차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숨김없이 알리는 것 뿐이었다. "나는 내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팔로 하는 악수 대신 온몸을 기대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살과 살을 맞대는 포옹.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희망은 널리 전파됐고 사람들은 삶에 대한 감사의 고백을 절로 쏟아냈다. 강연의 수익금으로 오지의 아이들을 돕고 있는 닉의 모습은 더 큰 울림으로 일파만파 감동을 퍼뜨렸다.

한국은 닉의 29번째 방문국가. 지난 2008년 MBC 'W'를 통해 처음 소개된 닉은 이제 한국에서 유명인사다. 그의 희망을 나눠가진 경험을 공유한 사람이 많아진 까닭이다. 2년 전 브라운관 안의 닉은 "신(하나님)은 나에게 너무나 위대한 사명을 주셨다"며 인생(人生)에 대한 행복감을 전했다. "신(하나님)의 영광과 사랑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로 아름다운 일이다."

취재 후 얘기
  
   
▲ 윤대영목사와 함께 한 닉.
  닉이 한국을 찾아온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손꼽아 기다렸다. 인천공항에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은 닉은 서울 평택 대구 부산 수원 부천 분당 등을 순회하며 전국에 희망의 메시지를 선물했다. 온누리, 강북제일, 여의도순복음, 호산나 등 교회를 중심으로 사회복지기관, 병원 등에서도 강연이 이어졌다. 지난 2월 26일 다시 한 번 'W'를 통해 닉의 이번 첫 한국 방문기가 소개되기도 했다.
 닉을 연호하는 사람들과 그가 만나는 현장의 모습이 궁금해 27일 부천제일교회(윤대영목사 시무)를 찾았다. 그 옛날 사경회에 모인 열기가 이랬을까. 희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은 생각보다 컸다. 인근 지역은 물론 전북 전주에서까지 수많은 인파가 몰려왔다. 인근 부대에서 특별히 허락을 받고 나왔다는 20여 명의 군인들은 1시간 전에 도착해 일찌감치 왼쪽 맨 앞자리를 차지했고 부천시장과 관내 장애인 1백60여 명도 초청됐다. "짐과 가방은 무릎위로 올려놓고 오늘은 좁다 싶을 정도로 앉아 주세요"라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본당, 2층, 3층을 가득 채운 회중은 3천명+a. 어린이와 청소년이 어림잡아 절반 이상은 돼보이는 것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 순간 아이들이 "닉 부이치치, 닉 부이치치∼" 노래를 부르며 기자 앞을 지나간다.
 드디어 등장한 닉. 회중 속에서 누군가 "I love you, Nick"을 외쳤다. 곧바로 "I love Jesus"라고 재치있게 답한 닉은 준비하는 시간이 다소 길어지자 한국말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익살을 떨더니 "첵 첵 첵(check)" 소리를 내며 작은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강연 중간 중간 며칠새 배운 한국말 솜씨를 뽐내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전날 피겨여왕 김연아선수가 금메달을 딴 소식에 "정말 기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축하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닉은 감동의 눈물보다 웃음을 더 많이 선사했고 회중은 닉의 한마디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한 채 열띤 호응을 보냈다. 윤대영목사는 "닉은 나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있음에도 그의 밝은 모습,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내가 오히려 장애인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닉이 더 힘차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자"고 말했고 이내 응원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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