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순절엔 '탄소금식'

이번 사순절엔 '탄소금식'

[ NGO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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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02일(화) 17:15
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우리는 지금 사순절을 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이 기간 동안 금식함으로 몸은 물론 마음과 생각까지 하나님께 집중한다. 하지만 지구 위기의 시대인 만큼 먹는 것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 가운데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형상을 일그러뜨리는 것과, 행복의 필수요건인 지구와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벗들을 해하는 것이 있다면 어느 것이든 삼가는 생활을 해도 좋을 듯하다.  평소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던 물건을 찾아 깊이 묵상하고 그 사용을 삼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대신 몸을 움직이니 그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건강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우선 '리모컨 금식'을 제안해본다. 텔레비전, 라디오, 오디오 등의 리모컨을 내려놓는 순간 둔해져만 가는 몸은 움직이게 될 것이고, 항상 대기 상태에 있느라고 소모하는 전력도 줄일 수 있다. 전원을 껐는데도 보이는 작고 붉은 불빛이 바로 리모컨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는 표시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만이라도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면 집안 전기 소비량의 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종이 금식'도 좋다. 종이 소비가 해마다 3%씩 늘고, 한 사람이 연간 1백76kg을 쓰는데, 이는 30년생 원목 세 그루에 해당하는 양이다(A4 용지 네 박스는 원목 한 그루). 세계적으로는 연간 3억3천만 톤의 종이가 소비되니, 56억1천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나무가 받는 고통을 생각하며 종이 금식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창조의 숲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무에 숨겨진 하나님의 비밀을 발견하는 기쁨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리하지만 자연과 인류에 큰 위해를 가하는 '비닐'도 금식해 봄직하다. 해마다 1백50억~2백억 장 사이로 사용되는 비닐봉투는 대부분 매립장으로 가 1천년 동안 묻혀 있거나 일부는 땅이나 바다에서 나뒹굴다 동물들의 생명을 해칠테니 말이다.

'아무 것도 사지 않는 금식'은 어떨까? 먹고, 자고, 일하고 움직이는 모든 부분을 돈으로 해결하다가 일정기간 아무 것도 사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클 것이다. 우리의 넘치는 소비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세대에 모든 자원을 다 써버리고 다음 세대들이 사용할 권리를 뺏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비와 환경에 대해 저절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니 말이다.

'자동차 금식'도 적극 권하고 싶다. 자동차는 집 앞에서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일상생활을 기동성 있게 하여 우리의 의식주 등 모든 생활을 변화시켜 놓았다. 계절감 없이 옷을 입거나 외식을 즐기고 있고, 또 직장과 집이 거리가 멀다면 더욱 이 금식을 해볼 일이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또 지구에 어떠한 재앙을 초래하고 있는지 살피게 할 것이고, 또 평소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니 내친 김에 세계교회와 함께 '탄소금식'을 실천하며 기도함으로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2010 사순절 탄소금식'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교회환경연구소를 통해 40일 동안 매일 혹은 일곱 번의 주일에 할 수 있는 탄소금식 실천프로그램을 소개받을 수 있다.

아무쪼록 올해 사순절에는 그리스도인들마다 맘몬문화에 찌들어 '더 많이, 더 빨리'를 내세우며 끊임없이 소비해온 삶을 회개하고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고백함으로 지구를 지키고 돌볼 수 있길 기도한다. 지구가 흘리는 눈물을 닦아줌으로, 부활의 아침에 신음하는 피조물 앞에 하나님의 자녀로서 당당히 나설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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