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들어 보세요

기적을 만들어 보세요

[ NGO칼럼 ] 엔지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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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25일(목) 10:16
김진선 / 밥상공동체 사무국장

지난 1월 22일 밥상공동체에서는 조촐한 우리만의 행사가 있었다. 2010년 새해를 맞이하는 신년하례식 정도라고 보면 맞을것이다. 우리 밥상을 이용하시는 저소득 어르신, 거리노숙인, 쪽방생활자분들과 밥상공동체의 이사님들, 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가 비록 남에게 도움받는 사람들이지만 2010년은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다짐이 있었다. 그 첫 단추로 강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아이티를 위해 기도하고 모금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주일 전부터 '모금을 할꺼니까 준비하시라'고 여러 차례 공지를 해 드렸다.

사실 행사란 것이 항상 어떤 목적을 갖고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우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밥상가족들이 남을 돕는 행복함을 느낄수 있기를 바랐고, 밖에서 우리를 보는 눈들을 향해 생활이 어렵다고 나눌수 없는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행사 당일, 평소보다는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웠다. 식순이 진행되고 모금시간이 되었다. 한줄 한줄 경건한 음악에 맞추어 모금에 함께 참여하는 야위고 거친 손들…. 할머니 한분이 내 귀에 대고 조그마하게 속삭인다. '내가 며칠을 열심히 주웠는데 팔아보니 3천원밖에 안되네. 민망해서 우짜지?' 나는 잠시 진행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뜬금없이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모두 기억나지는 않지만 평범한 방송국 리포터가 잠시 하나님의 능력을 받게 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로 당시 하나님을 흑인으로 설정했던데 대해 세간에 이야기도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영화에서 하나님 역을 맡은 모건 프리먼이 한 대사가 있다.

"스프를 가르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네, 그건 단순한 마술에 불과하지. 직장이 두 개인 싱글맘이 아이의 축구연습에까지 시간을 쪼개서 신경쓴다는 것이 기적이지. 십대들이 마약과 담배에 빠지지 않고 공부에 열중한다는 것도 기적이야. 사람들은 내게(하나님) 뭔가 중요한 걸 해주길 원하지만 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건 그들 스스로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이라네. 기적이 보고싶나? 그러면 기적이 되게."

우리가 모금행사를 하던 그날 나는 영화의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우리가 기적을 바란 적은 없지만 가난한 우리가 힘을 모아 누군가를 도울수 있다는것, 뭐랄까. '아! 이 자리에 이 분들과 함께 있는 나는 행복하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우리 밥상식구들은 그렇게 기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그 영화에서 말한 바로 '그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모으는 이 돈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브루스 올마이티의 후속작인 에반 올마이티라는 영화에서 모건프리먼(하나님)은 또 이런 질문을 남긴다.
"제가 하나 물어보도록 하죠. 누가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그 사람에게 인내심을 줄까요? 아니면 인내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려 할까요? 용기를 달라고 하면 용기를 주실까요? 아니면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 만일 누군가 가족이 좀더 가까워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하나님이 뿅하고 묘한 감정이 느껴지도록 할까요? 아니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실까요?"

때론 매일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 감사하기도 하고, 때론 매번 나오는 잔소리에도 꿋꿋한 그 변함없는 모습이 야속하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밥상을 이용하는 이 분들이 변화되고 발전되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끊임없이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내가 이날 받은 것이 이런 나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아닌지. 내가 우리 밥상에서 우리 밥상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행복이자 큰 행운이다. 우리 밥상식구들과 함께 할 2010년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날이었다.
(이날 우리 어르신들이 모아주신 돈은 25만8천 원이었다. 이 돈은 이 자리에 함께 했던 자원봉사자와 유관인사들이 모아준 85만 원과 함께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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