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14살

엄마는 14살

[ NGO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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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10일(수) 13:22
최민석 / 월드비전 간사

샨티를 만난 것은 오후 3시였다. 다른 아이들에겐 한창 학교에서 공부를 할 시간이었고, 싼티에겐 한창 집안일을 할 시간이었다. 샨티는 14살이 되던, 재작년에 결혼 했다. 한국 나이로 딱 중학교 1학년 때 결혼을 한 것이다. 그리고 싼티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물론 본인의 결정은 아니었다. 매우 낯선 일이었지만, 네팔에서는 흔한 일이라 했다.

샨티는 새벽 네 시에 눈을 뜬다. 새벽이슬이 채 내려앉기도 전에, 샨티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고 새벽밥 짓느라 밥보다 아궁이 연기를 먼저 먹는다. 막내 며느리이기 때문에 집 마당을 쓸어야 하고, 시어머니 밥상을 올리고, 물을 길어온다. 그리곤 밭을 매고, 돌아오면 개울로 가서 빨래를 한다. 그 후엔 작년에 태어난 아기를 돌본다. 이 모든 것들이 결혼 후에 변한 일상이다.  

"정말 겁이 났어요. 제 또래의 아이들이 아기를 낳다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정말 아기를 낳을 때 너무 아파서,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어요."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아기를 낳긴 했지만, 샨티는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다. 중요한 것은 아기가 태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14살, 15살 아이들이 출산할 때마다 이렇게 죽음의 고비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네팔만이 아니다. 2009년 9월, 예멘에서 한 어린신부가 출산을 하다가 아기와 함께 죽었다. 3일간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난 산모의 나이는 12살이었다. 아랍의 최빈국 예멘에서는 여성의 4분의 1 이상이 15세 이전에 결혼을 하고, 남아시아에서는 48%가 18세 이전에 결혼을 한다. 팔레스타인에서도 약 절반이상이 18세 이전에 결혼을 하고,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의 일부지역에서는 그 숫자가 60%를 넘는다. 전체적으로 보면 개발도상국 여자아이 7명 중 1명이 15세 이전에 결혼을 한다. 국제사회와 NGO 등이 꾸준히 캠페인을 통해 조혼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10년 안에 10억 이상의 소녀들, 즉 매일 2만 5천 명 이상의 아이들이 조혼을 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샨티와 대화를 마치고 나니, 언니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작은 언니는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큰 언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샨티는 꿈이 없다고 했다. 다만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이 꿈이었다고 말할 뿐이었다. 나는 해줄 말이 없었다. 꿈을 가지란 말도, 용기를 가지란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대신 곰 인형을 손에 쥐어줬다. 샨티가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아이 엄마라 할 수 없는, 처음 보는 소녀다운 웃음이었다. 역시 아이에겐 아이다운 삶이 존재하는 법이다.

각 사회마다 각자의 고유한 문화와 가치가 있다. 그것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건강과 꿈을 해친다면, 그것을 다시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아이들이 아이답게 살고, 꿈을 펼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월드비전은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와 꾸준히 대화를 하고 있다. 시간은 걸리지만, 꾸준히 대화를 하며 사람들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많은 사랑의 손길이 필요함을 느낀다. 우리가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또 샨티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가장 아이다운 삶을 선사해주는 것이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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