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나라와 지상의 나라

천상의 나라와 지상의 나라

[ 생명의양식(설교) ] 생명의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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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03일(수) 16:13

▶ 본문 : 에베소서 2장 14절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어거스틴은 망해가는 로마제국을 바라보면서 기독교적 역사해석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로마제국은 기독교를 만나서 밀월시대를 거쳤고 교회에 많은 특혜를 주어 기독교를 보호해 주었는데, 로마는 왜 망해야 하는가? 로마가 기독교를 끝까지 핍박만 하였더라면 어거스틴의 심정은 평안하였을지 모릅니다. 410년경 고트(Goth)족의 침략, 455년 반달(Vandal)족의 침략, 478년 게르만(German)족의 침입으로 거대한 로마는 망하고 말았습니다. 기독교를 보호하고 변호해 주었던 나라가 망하는데 기독교는 무엇인가에 관한 어떤 해명이 필요하였고, 그 해명적 저서가 바로 '하나님의 도성(The City of God)'이었습니다. 즉, 어거스틴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상의 나라는 그 죄값으로 망한다. 어떤 나라든 이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지상의 나라가 그 죄값으로 망한다고 하더라도 회개하여 하나님에게로 향한다면 그것은 천상의 나라로 접근하는 것이요. 만일 반대로 하나님을 배반한다면 그것은 지상의 나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적이라 함은 그 로마가 천상의 나라만도 아니요 이교적인 로마라고 해서 지상의 나라만도 아니다." 어거스틴은 천상의 나라와 지상의 나라를 역사 속을 꿰뚫어 가시는 하나님의 섭리 원리로 이해하였습니다. 지상의 나라 로마가 망했다고 하더라도 만일 로마인들이 하나님께 향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이것이 지상의 나라를 잃어버린 자들에게 전해준 격려와 위로의 말이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나라와 지상의 나라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마음의 나라입니다. 이 땅에 영토가 따로 없는 나라입니다.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곧 하나님 나라의 영토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의 특성은 국경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만든 제도나 사상에 매이지 않습니다. 물질 위주의 나라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물질의 나라가 망할 때에도 하나님의 나라는 망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영의 나라이며 영원한 나라입니다. 보이지 않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정의, 평화, 사랑의 나라입니다. 분쟁과 시기가 없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지배가 통하는 나라입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통치하시고 다스리시는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 앞에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 18:3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 교회도 천상의 교회가 있고 지상의 교회가 있습니다. 우리 헌법에서도 교회를 두 가지로 구별하여 "보이지 않는 교회는 하나님만 아시는 교회요, 보이는 교회는 온 세계에 산재한 교회"라고 말합니다. 보이지 않는 교회는 하나님만 아시는 영원한 교회로서 지상교회의 원형과 모형이 되는 순전한 교회입니다. 요한 칼빈은 교회를 가견적 교회와 불가견적 교회로 구별하면서, 전자는 교회에 등록하는 교인들로 구성되며 후자는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구원받은 신자들로 구성된다고 했습니다. 교인들로 구성된 지상의 가견적 교회가 세상과 직접 부딪혀 싸우는 전투적 교회라고 한다면, 천상의 불가견적 교회는 승리를 거두고 있는 승리적 교회라고 하였습니다. 승리적 교회는 전투적 교회를 돕고 있으며, 전투적 교회는 승리적 교회를 이상으로 삼고 나아간다고 하였습니다.

셋째, 두 나라와 두 교회와의 관계는 조화의 관계입니다. 천상의 나라와 지상의 나라, 그리고 천상의 교회와 지상의 교회는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의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천상의 나라는 이미(already) 지상의 나라 속에 찾아 왔습니다. 천상의 나라는 지상의 나라 구석구석에서 역사하고 있습니다. 천상의 나라가 지상의 나라 밖에 있거나 저 하늘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삶 속에 찾아 왔고 들어와 있습니다. 천상의 교회와 지상의 교회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의 원형(Archetype)이 되는 영원한 천상의 교회가 이미 이 땅에 이루어짐으로써 지상의 교회가 탄생된 것입니다. 천상의 교회가 땅위에 이루어짐이 없이는 지상의 교회가 생겨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천상의 나라가 지상의 나라에서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아니기(not yet) 때문입니다. 지상의 교회는 갈등을 느끼고, 분쟁하고, 병들고, 타락하는 가운데에서도 천상의 교회를 바라보고 온전한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중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상의 나라와 지상의 교회는 천상의 나라와 천상의 교회를 향하여 쉼없이 바라보고 모방하며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넷째, 두 나라와 두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와 화해, 또는 화해와 일치를 이루게 됩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엡 2:14)라고 성경은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둘이 하나가 됩니다(One in Christ). 또는 둘을 그대로 둔 채 하나로 살게끔 역사하십니다(United in One Body). 본문의 배경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하나가 될 수 없는 유대인(Jews)과 이방인들(Gentiles)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와 일치는 인류의 소망이요 복음입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이 민족 앞에 이 복음을 내어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이 민족의 분열된 고통을 바라보면서, 어거스틴처럼 '신의 도성'을 말함으로써 어떤 해석을 통해 교회를 변론할 뿐만 아니라 민족을 위로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워짐을 알리는 메시지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분열된 조국, 분열된 교회, 분열된 지역감정, 분열된 사상과 이념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분열된 땅의 나라를 화평과 통일로 이루어 나가는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화평케 하시는 그리스도이십니다.

이기경목사/경동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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