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과 정치,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

기독교인과 정치, 어떤 관계여야 하는가?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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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08일(화) 17:07
정종훈/연세대 교목ㆍ연합신학대학원 교수

모든 기독교인은 특정 국가의 시민이자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다. 기독교인의 이러한 이중성은 그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만약 어떤 기독교인이 자신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 시민의 의무만을 이행해야지, 세상 국가 시민의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 그는 당장 국가법을 저촉한 것이 되어 처벌을 받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시민이라면, 시민의 권리를 누리는 동시에 교육의 의무, 납세의 의무, 노동의 의무, 국방의 의무 등을 감당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

하나님 나라의 시민인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자신의 권리이기나 한 것처럼 은혜 가운데 누리며 산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은혜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시민답게 살아야 한다. 길과 진리와 생명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야 한다.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부활을 소망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감당해야 한다.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추구하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자기 삶의 방식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국가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하나님 나라의 시민다운 삶을 대립적이거나 양자택일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기독교인이 교육을 받는 이유는 자신의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이다. 세금을 내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이웃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이다. 노동을 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위임된 세상을 관리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기 위해서이다. 국방의 의무는 하늘에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지금 이 땅 위에 이루기 위해서이다.

세상의 정치는 인간 삶의 모든 것이 아니지만, 인간 삶의 모든 것은 정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리 삶의 제반 영역들 가운데 정치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다른 영역이 존재할까? 기독교인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의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잘못된 정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인권을 말살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치는 하나님의 선을 이루는 강력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땅 위에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기독교인들 가운데 정치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더러운 정치에 가까이 하는 것이 신앙인의 절개를 버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거나 완전히 포기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치가 더러운 것은 정치의 본질이 더러워서가 아니고, 더러운 정치인들이 정치를 더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기독교인들이 정치를 포기해버린다면, 누가 정치를 깨끗하게 할 것이며, 누가 좋은 정치를 만들어내겠는가?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은 정치 자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여겨지면, 기꺼이 정치인의 길로 나서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선언하셨다. 세상이 썩고 있는 것은 기독교인들이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세상이 어두움 속에서 갈 바를 알지 못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기독교인이 세상에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일반 시민으로서 정치에 대해서 예언자의 사명을 감당하거나, 또는 스스로 정치인이 되어 자기를 희생하는 제사장의 사명과 시민을 섬기는 왕의 사명을 감당한다면, 이 세상은 정말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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