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의 승부

맛으로의 승부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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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08일(화) 17:02
남기탁/목사 ㆍ 복된교회

교회 역사만큼이나 오랜 세월동안 함께한 교회 모퉁이에 자리 잡은 포장마차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포장마차의 역사는 상당한 세월이 지났다고 보아야 한다. 1년 내내 사계절 계절마다 음식물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봄이면 국화빵, 여름이면 음료수, 가을이면 군밤, 겨울이면 붕어빵과 어묵 등등으로 말이다.

포장마차는 겨울 손님을 맞이하려고 달콤한 붕어빵과 쫄깃한 어묵 그리고 구수한 국물을 준비하고 길손을 기다리고 있다. 이후 이 포장마차는 이렇게 선전을 시작했다. 붕어빵 5개에 천원, 어묵꽂이 하나에 오백원이라는 가격을 써 붙이고 그 밑에 이렇게 써놓았다. "어묵 국물 맛 끝내줍니다" "붕어빵은 맛으로 승부합니다" 조금 있노라면 삼삼오오 떼를 지어 하교하는 어린이들과 시장으로 가던 주부들이 발길을 멈추고 붕어빵을 사 먹고 국물을 마시며 추위를 녹이고 있다.

50~60년전 6ㆍ25 전쟁 전후만 하더라도 먹을 것 까닭에 걱정하며 무엇을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양이 차지 않아 어린이들은 만삭된 산모처럼 배만 불룩 불룩 나오던 시절이 아니던가. 이 같은 현상의 세월은 어느덧 흘러 50~60년대를 넘기고 70~80년대를 거쳐 작금 2010년도의 문 앞까지 와 있다.

우리는 흔히 '양이냐 질이냐'라는 말을 여러 방면에서 사용하고 있다. 양과 질은 어느 쪽이 더 중하고 경하다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한마디로 둘 다 중요하다. 그러나 배고픈 자에게는 질보다 양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먹을 것이 있는 자에게는 질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이 시대는 음식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모든 상품에서 다수가 해당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 어떤 중소기업체에서 다량의 상품을 만들어 납품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상품을 주문한 거래처에서 계약을 하고도 가져가지 않게 되자 회사는 전량을 폐기처분한 일이 있었다. 왜냐하면 질이 좋지 않아 쓸모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만큼 질은 양에 비해 더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로 오래 사느냐 아니면 짧게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비록 삶이 짧을 지라도 얼마나 값지고 맛있는 삶을 사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교회도 질량에 있어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양적 성장이 멈춘지 오래됐다고 하는 한국교회는 질적 성장이라도 꾀해야 한다. 이 말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맛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목회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잘 요리해서 양떼들에게 먹이면서 질로서 업그레이드 시켜 맛으로서 승부를 내야한다.

시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하니이다."(시 119:103) 이 말씀은 말씀의 맛이 꿀 보다도 더 달다고 했다. 이런 경우를 가르켜 또 다른 성경은 이르되 "… 아로새긴 은쟁반의 금사과와 같다"(잠 25:11)라고 했다. 그러므로 교회생활의 맛이 어떠한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곧 교회와 목회자의 사명이라고 본다.

어쨌든 풍요로운 시절일수록 맛으로 승부를 내야한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점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맛으로 승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맛이 있는 집은 한번 가보면 그 다음에는 자연히 스스로 찾아가기 마련이다. 한 마디로 맛이 끝내주기 때문이다. 교회가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신령한 맛도 한번만 맛을 보면 끝내 줄 만큼 좋아야 한다.

그렇다. 추운 날씨 관계로 종종걸음을 하는 어린이도 나아가 아낙네들도 붕어빵 하나와 어묵 국물 한 컵이면 몸과 마음을 녹이듯이, 방향을 잃고 유리방황하는 어린이와 주부들에게 신령한 포장마차(성막)인 교회는 송이꿀 보다 더 달콤한 말씀의 맛을 전할 수 있을 때 그 교회야말로 생명력 있고 살아있는 교회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의 목회가 맛 잃은 소금이 아닌 (마5:13) '맛으로 승부를 내고' '맛으로 끝내주는' 신령한 목양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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