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는 '우리부'

우리부는 '우리부'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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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4일(화) 18:59
이명동/목사 ㆍ 의선교회

어느 주일에 한 자매가 필자를 찾아와 "목사님, 지적장애 아이를 두고 있는 부모님이 예배를 드리고 싶어 하는데 아이 때문에 드릴 수 없다고 합니다. 제가 1부 예배를 드리고 유년부 교사들이 모임 장소로 쓰고 있는 컨테이너에서 아이를 돌봐주면 안 될까요?"라고 물었다. 필자는 "안 된다"고 하였다. 자매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한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자매에게 안 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였다. "자매님이 거기서 혼자 아이를 돌봐서는 안 됩니다. 보다 좋은 장소를 찾아서 우리 공동체가 함께 돌보아야 합니다. 교사할 사람들을 찾아 훈련시키고, 지도할 교역자를 청빙해서 지적장애 아동부서를 만들어 제대로 해봅시다." 필자의 거절 이유를 안 자매는 따뜻한 눈물을 흘렸고 가장 먼저 교사로 지원하였다.

당시 우리 교회 규모에서 장애인 부서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존의 교회학교 부서 교사 충원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어린아이 한 명에 교사 한 명이 있어야 하는 지적장애 어린이부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볼 때 무리였다. 하지만 필자는 '지적장애 어린이부서 신설 안'을 당회에 내놓았다.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필자가 "합리적인 일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일을 해보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자 장로님들은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여러 가지로 걱정되는 것이 있었지만 당회는 그 일을 결정하는데 오랜 고민과 토론이 필요치 않았다. 특히 "목사님이 감동 받으셨으면 하지요"라는 장로님의 말에 큰 힘을 얻었다. 우리 장로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일에 대한 목사의 감동이 있는가?'하는 것이다. 상당히 합리적인 분들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은 '감동'이다. 그래서 필자는 행복한 부담을 가지고 목회하고 있다. 내게 합리적인 근거와 이유가 있다고 말하기보다 감동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필자는 아주 특별한 헌신을 한다는 결심으로 장애우 부서를 만들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자매의 말을 들을 때 자연스럽게 그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 내 생각과 결심이 결코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었음에 감사한다. 이후 지금까지 필자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 사역에 대한 생각은 '자연스러움'이다. 우리는 장애인 사역을 위해 특별한 헌신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왜 다른 부서를 할 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면서 장애인 사역은 특별한 헌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장애인 사역 또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되어야 한다.

당회 결의 후에 곧바로 교사모집을 하였고, 그들로 하여금 이미 장애인 사역을 하고 있는 교회들을 탐방토록 하였다. 부서 이름을 정하려할 때, 현재 장애인 사역을 하는 교회들이 '사랑부', '소망부', '밀알부' 등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그런 이름으로 하려다가 자꾸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장애인부는 사랑부나 소망부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장애우들을 특별히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자녀나 다른 부서 아이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마음이 없어도 사랑할 수 있는데 왜 장애우 부서에 대해서는 특별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가? 이런 말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한다는 우리는 이상적일 필요가 있다. 장애우들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이름만 '사랑부'로 하는 것은 그들에게 실례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름으로 하느냐는 것인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새벽기도 시간에 '우리'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것은 주님이 주신 영감이었다. '그래, 우리부다!'라고 소리칠 뻔하였다. 우리부는 우리부다. 우리는 그들을 특별히 사랑하려는 마음을 가지기보다는 '우리'로 생각해야 한다. 만약에 비장애 어린이가 우리부를 가리키며 "선생님~ 쟤들은 무슨 부예요?"라고 물으면, "응, 우리부야!"라고 대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우리부는 특별히 사랑해야 할 부이거나 특별한 소망을 가져야할 부가 아니라 우리부이다. 의선교회에서 우리부는 우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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