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혼자와도 됩니다

교회, 혼자와도 됩니다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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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06일(금) 09:59
이명동/목사 ㆍ 의선교회

필자의 교회는 매달 한 번씩 의료봉사를 나가는데 언젠가 의료봉사를 위해 한 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진료할 본당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가 전면 벽에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거기는 큰 글씨로 "오늘도 혼자 오셨습니까?"라고 쓰여 있었다. 필자는 그것을 보는 순간 '잔인한(?) 말이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오늘도 혼자 오셨습니까?" 무슨 말인가? 왜 한 사람 더 데리고 오지 못하고 혼자 왔느냐는 것이다. 그 말이 잔인하게 느껴진 것은 주일에 혼자 오는 성도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성도들도 교회에 올 때 혼자 오고 싶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오고 싶을 것이다. 특히 남편과 아내와 자녀가 예수를 믿지 않는다면 꼭 그와 함께 오고 싶을 것이다.

교회에 혼자 오게 될 자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녀는 매주 혼자 교회오고 있는 것이 마음 아프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다음 주일 아침이 되자 자매는 남편에게 교회에 함께 가자고 말했는데 남편은 교회 가주는 것이 무슨 유세나 되는 줄 아는지 불쾌한 말투로 가지 않겠다고 한다. 몇 차례 더 권유해보지만 남편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자 자매는 어쩔 수 없이 그날도 혼자 교회로 간다. 교회 도착하여 부부들이 오는 것을 볼 때 울컥하면서 눈물이 올라왔지만 가까스로 참고 본당을 오르던 자매는 플래카드에서 "오늘도 혼자 오셨습니까?"라는 말을 보게 된다. 그 말은 자매에게 너무 잔인하게 다가온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교회는 플래카드를 걸때 이미 교인들이 혼자 올 것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도 혼자 오셨습니까?"라는 말은 한 때 교회에서 유행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물론 이 말은 성도들에게 전도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주고자 한 말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말은 혼자 올 수 밖에 없는 성도들의 아픈 마음을 살피지 못한 말임에는 틀림없다. 필자는 이 말은 한국교회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생각해 보건데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성도들이 혼자 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신경을 써 온 것 같다. 물론 성도들이 매주일 혼자 오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오는 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강아지라도 많이 앉혀놓고 설교하고 싶다"는 어느 개척교회 목사님의 말에 필자도 크게 공감하고 있다. 매장에 손님을 한 명 더 데리고 와도 좋은 것이거늘 교회에 한 사람을 더 데리고 오는 것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교회가 혼자 오는 것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플래카드를 걸게 된다면 성전으로 올라오는 곳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가는 곳에 걸겠다. 내용은 '오늘도 혼자 오셨습니까?'가 아니라, '오늘도 혼자 가시겠습니까?'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교회에 혼자 오는 것은 괜찮지만 주님 없이 혼자 가는 것은 절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교회에 혼자 오는 성도는 위험하지 않지만 주님 없이 세상으로 혼자 가는 성도는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주일예배를 마치면 성도들과 악수를 하면서 그들의 얼굴을 살피게 된다. 그때 예수 없이 혼자 세상으로 가는 성도들을 볼 때가 있다. 예배를 통해서 주님을 만나지 못한 얼굴, 아직도 미움과 분노와 절망과 슬픔을 가득 담고 가는 얼굴들을 볼 때가 있다. 때로는 그런 사람의 손을 잡고 '이 얼굴로는 절대로 갈 수 없습니다!'하면서 성전으로 다시 데리고 들어가고 싶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성도들을 혼자 세상으로 보낸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성도들이 세상에서 실패했던 것 같다. 예배드리고 혼자 가정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가정에서 실패한 것이다. 교회가 그들을 혼자 보냈기 때문에 혼자 왔던 것이다. 그들을 혼자 보내지 않았다면 그들은 혼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성도들에게 '교회에 혼자 오는 것은 괜찮지만 혼자 가는 것은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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