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문법'부터 바꿔라

신학, '문법'부터 바꿔라

[ 교계 ] 한국기독교학회, 제38차 학술대회 열고 소통위한 신학의 방향 모색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11월 03일(화) 18:29

'언어'는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다. 불신자의 입장에서 볼때 교회의 언어는 알아듣기 어려운 낯선 언어이며 기독교인들의 삶은 온통 낯선 문화로 점철된 것이다. 교회는 꾸준히 세상과의 소통을 외치고 있지만 '다문화 시대'로 대변되는 21세기 한국사회의 급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쉽지 않은 과제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기독교학회(회장:정장복)는 지난 10월 16∼17일 대전 침신대에서 '21세기 한국문화와 기독교'를 주제로 제38차 정기 학술대회를 갖고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신학적, 목회적 방법론을 모색했다. 주제강연과 특강, 12개 지학회를 통해 신학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신학을 벗어나 한걸음 더 세상에 가까이 다가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한국기독교학회를 통해 학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신학을 벗어나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신학자들의 논의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반성적 성찰에서부터 시작됐다. 노영상교수(장신대)는 "작금의 인문학의 위기와 신학의 위기는 유비된다"며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시도로써 나타난 세가지 신인문학(the new humanities)적 경향들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오늘의 신학적 방향성을 진단했다. 노 교수는 "신인문학적 노력이 우리의 신학함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며 '문화적 실천신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서 그는 "교회와 사회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지 못한 채 사변적인 작업에 머물러 있다"는 말로 '오늘의 신학'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동료 신학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소통을 위해, 성경이 세상을 향해 열린 책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서로 본 문화, 성경의 눈으로 읽는 문화'를 주제로 발제한 왕대일교수(감신대)는 "성서는 문화의 옷을 입은 텍스트로 단순히 진리를 전하는 데만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신학이 세상과 소통이 가능한 언어가 되려면 신학의 문법이 달라져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신약학회 논문발제를 통해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어떻게 다문화사회 속에 존재했는지를 소개한 세계신약학회 회장 안드레아스 린데만교수도 "교회의 설교는 다른 사람에게 이해되어야만 한다"는 말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예배가 동시대 문화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동시대의 언어로 의역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실천신학회에서 김순환교수(서울신대)는 "예배의 언어나 의식의 문구가 바뀔 경우 회중에게 신비감이 덜해질 것을 우려해 독점적으로 간직해오던 것을 이제는 회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역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대별 예배 등 회중들이 쉽게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예배가 필요하다는 것.

한편 김창환교수(영국 요크st.존대)는 특강을 통해 '공공의 신학'을 소통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신학이 더이상 교회영역에만 머물러있지 말고 공공신학을 통해 공적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 김 교수는 "다문화시대에는 교회의 양적성장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지역과 계층, 문화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신학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상황화가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이밖에도 이장호 영화감독,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소장 등이 각각 △예술과 기독교 △'다문화트렌드 시대, 이주여성의 인권과 기독교의 과제' 등을 주제로 특강했다. 한 소장은 구약성서 룻기에 나타난 타민족에 대한 수용과 존중을 설명하고 "한국교회가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면밀히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불통의 현실을 직시하고 괴리감 해소에 나선 한국교회의 새로운 행보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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