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타지 않는 목회, 균형잡힌 성장"

"유행타지 않는 목회, 균형잡힌 성장"

[ 교단 ] 불교문화 중심지에서 '사회적 평판' 높이는 경주제일교회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09년 10월 30일(금) 16:03

 

   
▲ 정영택목사
【경주=박성흠부장】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원칙과 원칙을 지키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극적으로 설명하는 우화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가 주는 원칙은 꾀를 부리지 않고 꾸준히 내 길을 간다는 것이고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은 느린듯 보이지만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초등학생도 아는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경주의 어머니 교회, 경동노회 경주제일교회(정영택목사 시무)를 말하기 위해서다.

사회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일까, 교회와 목회자도 어느 때부터인가 트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부흥에 목마른 목회자들은 '된다'하는 프로그램을 좇아 전국을 다니고 '뜬다'하는 강연을 따라 발품을 마다 않는다. '된다' '뜬다'하는 것들을 목회에 접목시키고자 노력하는 목회자들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지난 2003년 정영택목사가 부임한 이후 경주제일교회의 행보가 마치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등장하는 거북이가 걸어온 길을 연상시키는 까닭이다.

"배는 물 위에 떠 있어야 하죠? 배에 물이 들어오면 배는 침몰하고 사람이 다치게 됩니다. 목회는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일을 주님이 하신 방법으로 꾸준하게 하는 것이죠". 정 목사는 새로운 트랜드에 관심은 갖고 있지만 트랜드에 흔들리지 않는 "보기드문 교회"라고 경주제일교회를 소개했다.

사실 경주제일교회는 정 목사가 부임하기 직전까지 어려움을 겪었었다. 경주의 모교회로 1백7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갈등으로 인한 부침도 심했다. 정 목사는 교회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교회의 부흥과 안정을 주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배와 성찬예식, 성경공부와 훈련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신앙활동이었다는 것이 정 목사의 설명이다. 트랜드에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원칙은 예배와 성경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 경주제일교회는 불교문화의 중심에서도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사회의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디다케(Didache). '열두 사도의 가르침(교훈)'으로 불리는 문서를 가르키는 것으로 정 목사가 추구하는 목회철학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다. 성경적이며 칼빈신학적 목회를 지향하는 정 목사의 방침에 따라 경주제일교회는 성경교육이 모든 일의 중심이다. ASK성경공부, 말씀의 맥, 신앙과 구원의 맥 등 정영택목사가 직접 집필한 교재는 성경읽기와 교리교육과 말씀 등 '성경교육'의 바탕이다.

 

경주제일교회 성경교육의 과정은 계획적이며 단계적이 지속적이다. 이같은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성장에 연연해 하지 않는 철학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랜드에 민감하고 트랜드를 좇아서는 그같은 지속성이 나오기 힘들다. 성장에 민감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정 목사 부임이후 출석 교인수는 약 5백명 정도 늘어나 1천3백여 명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대입시켜도 무리가 없지 않은가?

경주제일교회에는 총동원전도주일도 없다는 것이 정 목사의 설명이다. 교회성장,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교인수를 늘이기 위한 인위적인 이벤트는 지양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음악회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와 활동은 어느 교회 못지 않게 활발하다.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과 섬김의 행보도 쉬지 않는다. 4월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6월에는 보훈가족을 위해, 10월에는 환경미화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이밖에도 경주제일교회 아기학교는 경주시내 비기독교인에게도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왕(WANG:With A Next Generation의 약자)센터로 불리는 사회봉사지원센터의 도서관과 독서지도 등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의 호평을 받은지 오래다.

최근에는 사단법인 사랑재단을 설립해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역사회 복지를 섬기고 있다. 문화고등학교에는 교목을, 동산병원에는 원목을 파송해 교회의 사회적 평판을 높이는 일에 주력한다. 불교문화의 중심이라는 경주 고유의 특성을 고려해 "선교적 수용능력이 풍부한 교인"을 양성하는 일 또한 교회의 사회적 평판을 높이는 중요 포인트다. 정 목사는 "균형과 조화(Balance and Harmony)"라는 말로 설명했다.

 

   
▲ 경주제일교회가 개최하는 벚꽃향기음악회 모습.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사람에게는 생명을 주는 목회"는 경주제일교회를 이끄는 목회의 주제다. 예배와 예전으로 영성을 붙잡고, 가르침과 훈련으로 제자화하며, 말씀의 선포와 전도로 복음화를 지향한다. 친교하고 교제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봉사와 섬김으로 사회에서 경주제일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역사화 작업이 정영택목사와 경주제일교회의 목회틀이다.

 

2012년 창립 1백10주년을 향해 '하나님의 은혜를 빛내는 교회'를 목표로 한걸음씩 나아간다. 하나님 중심의 원칙을 놓지 않으면서 교육과 훈련의 방법으로 문화선교의 틀을 마련하는 것은 경주의 다음 세대를 향한 경주제일교회의 뜨거움을 보여주는 지름길이다.

고난을 극복하고 원칙을 지키며 선교 2세기를 항해하는 경주제일교회가 바꾸어 놓을 불교문화의 중심 경주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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