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우리를 '넛지'하시는 주님

<7>우리를 '넛지'하시는 주님

[ 크리스찬경제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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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2일(목) 11:04
   
박용경 / 도원동교회 목사ㆍ전 제주대 교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데, 우리의 선택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선택할 것과는 무관한 요소들과 주변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 이루어지고, 우리는 뒤늦게 후회를 한다. '살 빼야지' 하면서도 마구 먹고는 숟가락 놓자마자 후회하고, 날로 늘어나는 뱃살에 '운동해야지'하면서도 하루하루 미루다가 후회하고, '저축해야지' 하면서도 멋진 옷과 차에 눈이 팔려 예금 잔고를 바닥내고야 후회한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허점투성이다. 그런데 기존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극히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으로 가정하므로, 허점투성이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 경제학을 주장한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지금 각 나라 정상들이 가장 주목하는 경제학자이자 '넛지(Nudge)'의 저자인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탈러'교수이다.

"팔꿈치로 쿡 찌르다"라는 뜻의 '넛지'란, 탈러 교수가 개념화한 용어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탈러 교수는 "허점투성이인 인간의 옆구리만 살짝 찌르는 정도의 부드러운 개입으로도 더 나은 선택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넛지'의 개념을 도입한 한 예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이다. 이 화장실에는 "화장실을 청결하게"와 같은 훈계조의 문구가 붙어 있질 않은데도, 소변기 밖으로 튀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이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화장실의 특이점은 소변기마다 중앙에 파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별 생각 없이 화장실에 볼 일 보러 들어온 남성들이 소변기의 파리 그림을 발견하고는 그곳을 조준, 집중 발사를 하는 바람에 소변이 밖으로 튀질 않아 화장실이 청결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넛지' 개념을 도입한 예가 있다. 영등포구 대림 2동에 거주하고 있는 윤모(37)씨는 요즘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이 반갑다. 길모퉁이에 항상 높게 쌓여있던 무단 투기된 쓰레기 더미가 자취를 감추고 코를 찌르던 악취도 사라진데다, 쓰레기가 버려졌던 곳은 예쁜 꽃 담장으로 아름답게 꾸며졌기 때문이다. 영등포구는 지난 8월부터 쓰레기 무단 투기 상습 지역 15개소에 꽃 담장을 설치했다. 사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근절시키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CCTV를 설치하고, "몰래 버린 양심 부끄럽지 않나요"라는 계도 문구도 붙여봤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어두운 밤에 얼굴을 가리고 쓰레기를 버렸다. 그러나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의 벽면을 꽃으로 장식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 쓰레기 무단 투기를 해결했던 것이다.

화장실을 관리하는 책임자, 쓰레기의 무단 투기를 단속하는 공무원,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정책 입안자, 이들은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선택 설계자들이다. 그런데 우리 하나님이야말로 허점투성이인 우리를 부드럽게 '넛지'하심으로, 바른 선택을 이끌어내게 하시는 가장 좋은 선택 설계자이다. 하나님은 여러 형태의 '넛지'로 우리 삶에 개입하시지만, 특별히 말씀으로 개입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행하므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되고,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어(딤후 3:17),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옳은 데로 돌아오는 바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영원토록 빛나는 선택 설계자가 되자(단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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