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삶 실천하기

함께하는 삶 실천하기

[ 논단 ] 주간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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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5일(목) 11:09

김 대 근 / 숭실대 총장

시인 한용운은 '나와 너'라는 글에서 "'나'가 없으면 다른 것도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것이 없으면 나도 없다. 나는 다른 것의 모임이요, 다른 것은 나의 흩어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너'가 있어 '나'가 존재하고, '나'는 수많은 '너' 때문에 살아 있는 이유를 갖게 된다는 말이다. '함께 하는 삶'의 근본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사회적 삶은 집단이나 조직을 이루게 마련이며 그 집단은 지도자를 정점으로 하여 목적과 지향을 가진 활동을 하게 된다. 한용운의 말은 집단이나 조직과 지도자가 어떤 관계로 함께 하는 삶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한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지도자는 집단의 개개인에게 그의 리더쉽이 골고루 작용할 수 있게 하는 영향력을 가진 자이고, 그 개개인들의 결집된 성원과 지지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사람이다.

지도자가 자신의 철학을 구성원에게 골고루 스며들게 하지 못하고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끌고 갈 때 그 집단은 파탄을 면치 못할 것이고, 구성원 개개인의 성향과 요구를 수렴해내지 못하면 지도자의 존립근거는 위태로운 것이다.

함께 하는 삶의 아름다운 미덕을 보여주는 말로 한자어 '서(恕)'를 들 수 있다. '논어'에는 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한 마디 말로 평생 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것은 헤아림(恕)뿐이다"라고 대답해주는 대목이 있다. 공자는 평생 실천해도 좋을 덕목으로 '남을 헤아려 주는 일'을 제시해준 것이다.

'서(恕)'라는 글자의 결합을 보면, '같을 여(如)' + '마음 심(心)'으로 되어 있다. 슬픔이나 기쁨, 고통 등을 다른 사람과 같은 심정이나 입장이 되어 생각해줄 때 '서(恕)'가 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집단내 구성원간이나 집단과 집단 간에 갈등과 반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구성원과 함께 삶을 도모하고자 하는 관용과 이해심은 사라지고, 나만의 욕망을 추구하는 이기주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주의 등으로 우리 사회는 멍들고 그 폐해는 극에 달했다. 얼굴을 맞대고 '같은 마음'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예수님은 '신약성서'의 여러 군데에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당부하면서 "이것보다 더 큰 계명이 없다(마가 12:31)"고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을 바쳐 온 인류를 구원하는 위대한 사랑을 실천하였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경제적 궁핍에 헐벗고, 무한경쟁 체제에서 낙오되어 사회로부터 소외된 '가난한 이웃'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예수님은 그들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셨다. 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시인 한용운의 표현처럼 그들을 '흩어져 있는 나'라고 생각해 볼 일이고, 공자의 가르침처럼 그들의 절망과 고통이 다름 아닌 나의 고통과 절망이라 생각하고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 봐야 한다. 예수의 명령은 보다 적극적으로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이다. 크리스찬은 감동적인 사랑의 실천으로 다른 누구보다도 함께 하는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할 책무를 가진 사람들이다.

대학이나 교회도 이웃을 스스로 소외시키지는 않았는지 성찰해 볼 일이다. 대학의 이웃은 상아탑 밖의 우리 사회이다. 대학은 상아탑의 학문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간적 삶을 품위 있게 보장해주어야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구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은 경쟁력 지표 올리기에 급급하고, 학생들은 취업난 때문에 자신의 경력 쌓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이웃이 누구인지조차도 망각하지나 않았는지 염려스럽다.

교회도 이웃 사회를 적극적으로 껴안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경쟁적으로 자신의 몸 불리기를 우선으로 하거나, 신도들 양육에만 치중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물질적으로 헐벗고 소외된 사람들을 껴안는 온정적 사랑을 넘어, 정신적으로 절망하고 방황하는 영혼들을 찾아 나서는 치열한 노력을 쏟았는지 스스로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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