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 유치,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지평 확대"

"WCC 총회 유치,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지평 확대"

[ 기고 ] WCC 중앙위원회 참관기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9월 03일(목) 10:02

불과 1백25년의 짧은 역사를 간직한 한국교회가 2천년 세계교회사 가운데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어가게 됐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이곳 스위스 제네바에서 오는 2013년 예정된 제10차 WCC 총회의 개최지를 대한민국으로 최종 확정했다.
 
한국교회는 이번 중앙위원회에 참석하면서 두 가지 현안에 집중해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다. 그 첫 번째는 기독교계에 있어 국제사회의 유엔사무총장에 비견되는 세계교회협의회 차기 총무를 아시아교회를 대표해 처음으로 우리 한국교회가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고, 두 번째는 매 7년마다 열리고 있는 WCC 총회의 한국 유치 희망을 관철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차기 총무 선출에 대한 기대는 무산됐으나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시리아와의 차기 총회 유치 경쟁은 한국교회의 성취로 결론 나게 됐다.
 
오랜 에큐메니칼 사역 경험과 세계교회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영하기 위한 비전을 갖고 한국교회의 추천을 받아 출마했던 박성원목사는 23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친후 지난 6개월 간 진행된 인선 과정에서 1차 6명의 후보가 추천될 때나 최종 후보 2인으로 추천되었을 때에도 탁월한 평가를 받았음이 신뢰할만한 경로를 통해 알려진 바 있어 조심스럽지만 큰 기대를 갖고 회의에 임했다. 그러나 결국 우려했던 몇 가지 뿌리깊은 문제와 요인들이 끝내 극복되지 못하면서 다시 한 번 한계를 절감하며 새로운 과제와 도전을 던져 주었다.
 
 총무 인선이 무산되는 과정을 전후해 현장에서는 총회 유치 문제 또한 그리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우려가 있었다. WCC가 어느 나라에서 총회를 개최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간 총회의 주제 못지 않게 역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매우 상징성을 갖는 선택이며 사건이었다. 지구촌의 교회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사실 자체와 함께 특별히 차기 총회는 이미 오랜 논의를 거쳐 세계교회 단체들과 국제적 기독교 기구들이 포괄된 '확대 총회'로 열릴 예정이어서 이전의 총회와는 차별화된 의미를 갖기에 더욱 개최지 문제가 관심 있는 현안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총회 장소 결정에 앞서 WCC는 총회 유치를 신청한 나라들을 방문해 현지의 여러 상황들을 면밀하게 살폈을 뿐 아니라 현지 교회 지도자들을 면담하는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해 온 바 있다. 중앙위원회 기간 동안에는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에 앞서 정책조회소위원회(Policy Reference Committee)가 제10차 총회 장소에 대한 권고안을 올린 바 있다. 공개회의록에 따르면 "정책조회소위원회 위원들은 한국의 부산에 대해서 더 강한 선호도를 표현했다(A stronger preference among the Policy Reference Committee members for Busan, Korea was noted)"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총무 인선 문제에서 보았듯이 해당 소위원회의 사전 평가나 객관적 상황과 여건이 전체 위원회의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때로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이런 권고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지키고 있는 한국교회 대표단들은 시종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대해서는 '기독교의 발생지'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정교회 개최지''핍박 받는 소수 기독교도들과의 연대'라는 측면이 부각되었고, 이에 비해 우리의 부산은 '새로운 역동적인 영성'이 부각되면서 '복음주의 및 오순절 교회들의 참여''남북 분단 극복에 기여' 등이 강조됐다.
 
크게 주제 면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및 일부 북미와 유럽의 대표들이 역동적 교회의 성장과 새로운 영성 창출, 선교 사역의 활성화, 오순절 계열교회들과의 연대라는 차원에서 한국 개최를 지지한 반면, '최초의 정교회/중동지역에서의 총회 개최'라는 면과 위협받고 있는 교회들과의 연대, 종교간 대화와 중동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해 온 유럽의 대다수와 정교회 및 일부 북미 대표들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개최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주제 면에서는 지지의 입장이 크게 나뉘어진 반면 운영면에 있어서는 한국 부산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적었고 차기 총회가 '확대 총회'로 개최되는 만큼 시설의 편의성은 물론 회의장 주변의 치안과 국정의 안정성, 무엇보다 공개적인 증언의 자유(Public Witness)를 중요시 하는 여성 대표나 북미 및 아프리카와 선교단체 출신 대표들이 시리아 개최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WCC를 이끌어 온 유럽과 미국교회 입장에서는 9ㆍ11테러와 이라크 전쟁 이후 오늘날 세계에서는 중동 평화 및 이슬람과의 공존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WCC 또한 위협받고 있는 중동 내 소수 기독교 집단들과의 연대 및 이슬람과의 대화 및 공존 가능성을 표명하는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어서 결과는 예측이 어려웠다.
 
더욱이 총무로 선출된 노르웨이의 울라프 트비트가 WCC '이스라엘-팔레스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중동 평화 문제에 집중하려 하기 때문에 그를 지지했던 교회 대표들 역시 대체로 시리아를 지지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었고 이런 입장과 견해들이 이미 총무 선출과 개최지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에 있어서도 상호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현지 시간으로 8월 31일 오후 5시 15분부터 에큐메니칼센터 내 WCC 본부 대회의장에서 계속된 중앙위원회에서는 우선 정책조회소위원회가 중앙위원회 본회의에 올린 권고안과 소위의 회의록이 낭독됐으며 의문 사항 청문과 소위원장의 답변, 두 장소에 대한 지지 발언 그리고 비밀투표로 이어졌다. 1백58명 중앙위원 가운데 1백29명이 참석한 투표 결과 한국이 70표 시리아 59표로 한국이 역사적 개최지로 최종 결정됐다.
 
제10차 총회의 한국 유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 개최를 통해 에큐메니칼의 지리적 지평의 확대와 함께 선교사역의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교회 역시 세계교회와의 협력의 기회가 확대되며 그간 한국교회가 단기간에 이룬 열정과 경험의 자원들을 세계교회와 나누며 고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으로서 남북간 화해의 촉진과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총회 개최를 기회로 성숙과 갱신 일치와 연합을 위해 매진하며 향후 준비 과정을 통해 다양한 국가와 종파의 교회들과의 교류 협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한국교회의 차기 총회 개최지 결정에 대해 현지에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놀라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제 남은 기간은 불과 3년 여. 새로운 목표가 현실 앞으로 다가온만큼 이제는 한국교회가 새로운 과제와 도전 앞에 연합과 일치의 모습을 보이며 함께 도약하는 내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역사적 중앙위원회에는 총무 후보로 나섰던 박성원목사와 기감의 정해선국장(교회협)이 중앙위원 자격으로 참석했고, 교단 총무로서 필자와 이원재목사(기감)가, 교회협을 대표해 국제위원장 박종화목사와 총무 권오성목사 청년 업저버 조준희군, 강사로 김용복박사, 어드바이저업저버로 정미현박사가 참석했고 WCC에서 오랫동안 사역했던 박경서 박사는 물론 현재 재직 중인 금주섭목사와 9월부터 사역을 시작할 이상윤목사가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기도하며 관심을 가져준 전국교회와 성도 여러분, 물심 양면의 지원과 지도를 아끼지 않았던 총회장 김삼환 목사님과 임역원, 남ㆍ여선교회 와 교단 지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총회 사무총장 조성기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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