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國葬)의 현장에서 찾아 든 유감

국장(國葬)의 현장에서 찾아 든 유감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8월 26일(수) 16:44

지난 한 주간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앞에 애도하고 있었다. 한 주간 내내 TV방송을 통하여 그분의 특유한 삶의 기록을 보면서, 또한 그분의 고난과 영광의 여정 길이 이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음을 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고마움에 머리를 숙이는 행렬을 이루었다. 그래서 그분이 가시는 마지막 하관 장면까지 보기 위하여 모두가 TV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그분의 장례예식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매우 특유한 나라임을 실감한다. 그것은 국민장이나 국장으로 진행된 장례예식에는 어김없이 개신교, 천주교, 불교, 심지어 원불교까지 등장하여 각각 자신들의 고유한 의식을 펼치는 진기한 모습이다. 이때마다 본인의 종교와 무관하게 타종교가 함께 등장하는 일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다.
 
그런데 지난 주일에 있었던 정부가 주관하는 국장의 현장에 등장한 각 종교의 장례의식을 보면서 우리 개신교 그리스도인들은 상대적인 의식의 빈곤에 개운치 않은 생각들을 갖게 되었다. 이유는 타종교들의 장례의식에서는 종교적인 감각이 풍기는데 우리 개신교 의식은 너무 초라하였기 때문이다. 개신교가 말씀의 종교라는 기치 아래 오늘을 지속해오지만 의식을 져버린 종교는 아니다. 종교란 기본적으로 3대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것은 믿는 대상과 내세관과 그 대상을 예배하는 의식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본질과 의식은 멀리하고 인간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집회일변도로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그러한 현상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김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럴 때마다 우리 개신교는 종교로서 얻은 것보다 상대적으로 비교를 당하면서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의 개신교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우리 한민족의 문화는 천년동안 신라와 고려를 지배했던 불교와 5백년의 제사제도를 지켰던 유교, 그리고 일반대중의 무속신앙 속에서 형성된 제의문화(祭儀文化)속에 이어져왔다. 우리 국민은 이러한 문화의 옷을 입고 반만년을 살아온 민족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 국민보다 제의적인 행위에 관심이 깊다. "문화는 종교의 형태이고 종교는 문화의 본질"이라는 폴 틸리히의 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한민족의 장구한 역사 속에 이어진 제의적인 심성과 종교심으로부터 독립될 수 없는 문화의 성 안에 우리 개신교가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복음의 본질을 지키면서 개신교의 종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의식(儀式)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앞으로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진행될 장례식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같은 연합기관을 통하여 국민 앞에 우리 개신교의 엄숙한 종교의식을 보여줄 수 있는 연구들이 이어져야 한다. 한국의 천주교가 최근에 이르러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를 비롯하여 두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보여준 그들의 예식이 국민의 높은 호감을 끌고 있음을 개신교는 직시해야 한다.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는 한 생명을 떠나보낼 때는 단순한 몇 마디의 언어로 끝을 맺지 않는다. 엄숙한 종교의식을 갖추기를 원하는 것이 모든 종족과 종교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종교는 종교의 냄새를 풍겨야 사람이 찾아들고 정착을 한다. 이제는 집회일변도의 한국 개신교가 말씀과 예배예식의 두 바퀴를 갖출 때가 되었다.

정  장  복
목사ㆍ한일장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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