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인질극

북한과 인질극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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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19일(수) 09:27

양승주/목사ㆍ상주교회


북한은 지난해 7월에 금강산을 관광하던 박왕자씨를 총격으로 살해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북한 인민무력부장 김일철은 "우리식의 선제공격으로 남한을 불바다 보다 더한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올해 3월에는 갑자기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를 인질로 잡아 수개월 동안이나 억류시키며 인질극을 벌였다. 그리고 미국의 여기자 두 명을 납치해서 북한중앙재판소에서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한국의 기업과 정부가 북에 투자한 투자비만 1조 7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북한에 퍼준 돈은 수십조에 달하는데 돌아온 것은 핵폭탄과 인질극이다.

그렇게 인질극을 벌인 북한의 김정일이 이번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미국 여기자 두 명을 석방했다. 그리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수락하고는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를 억류 1백36일 만에 추방 형식으로 석방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일이 무슨 큰 자비를 베푼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테러범이 몇몇 인질을 석방하고는 국제사회에서 관계의 물꼬를 트자고 제스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북한의 인질극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과 특히 정치권의 지도자들은 좀 더 냉철한 이성으로 북한과 김정일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김정일은 인질극을 벌인 테러범이다. 작년에는 금강산을 관광하는 박왕자씨를 총격으로 살해해 놓고는 지금까지 한 마디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동해에서 항법장치 고장으로 북방한계선을 넘었다가 북측 경비정에 나포된 선원 네 명은 아직도 억류되어 있다. 그런 김정일이 몇 명의 인질을 풀어 주었다고 해서 무슨 자비를 베푼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또한 우리가 북측으로부터 무슨 은혜를 입은 것도 아니다. 북측이 아무리 인질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쓴다고 할지라도 김정일은 핵폭탄을 손에 들고 인질극을 벌린 주범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간혹 정치하는 사람들 중에는 테러범이 풀어준 인질의 보따리를 보고는 "고맙다"고 하면서 손을 덥석 잡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남북이 함께 풀어 나가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인질극에서 경험했듯이 북측과의 합의나 계약은 그 어떤 것도 우리는 신뢰할 수가 없다. 개성공단 출입 및 체류에 대한 신변안전보장이나 인권 보장은 그저 합의서에 명시된 종이일 뿐, 김정일의 말 한마디면 그 어떤 합의도 신의도 소용없는 곳이 북한이다.

북한 동포를 수백만 굶겨 죽이고도 핵무기를 개발해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북한 김정일에게 더 이상 남한 정부가 굽신거릴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무조건 퍼주었던 '퍼주기 정책'도 이제는 그쳐야 한다. 언론도 김정일이 인질의 보따리 하나 풀어 놓았다고 해서 그가 마치 남북관계의 열쇠라도 쥐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면 안 된다. 김정일은 이 시대에 있을 수도 없는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테러범이다. 테러범이 인질의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고 해서 감사할 이유도 없고, 타협할 이유도 전혀 없는 것이다.

사탄은 항상 유혹의 보따리를 풀어 놓으면서 타협하자고 한다. 광야에서 예수님을 시험할 때 사탄은 천하만국의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그러면서 "내게 엎드려 절하면 이 모든 것을 너에게 주겠다"고 유혹했다. "힘들게 십자가를 지고 죽을 이유가 있느냐? 그렇게까지 하면서 세상을 구원할 필요가 있느냐? 내게 절하면 내가 이 세상을 전부 줄 테니까, 타협하자" 사탄은 타협하자면서 손을 내밀었지만, 예수님은 "사탄아 물러가라!"고 단호히 거절했다. 예수님은 결코 악과는 타협하지 않았다(마태복음 4:8~11).

우리는 북측이 인질극을 벌이고 테러를 자행하는 한 어떤 타협도 할 수 없다는 분명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메시지에서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발표한 것은 정말로 잘한 것이라고 본다.

사람마다 대북정책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어쨌든 북측이 테러를 일삼는 한 한국정부는 그들에게 '당근'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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