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막대기ㆍ지팡이가 모두 필요

자살예방, 막대기ㆍ지팡이가 모두 필요

[ 기고 ] - 기독공보를 읽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7월 24일(금) 11:21

7월 11일자와 18일자 기독공보에 연속으로 실린 박영득목사의 '기독교와 자살'이란 글을 보고 자살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박 목사는 "한국 기독교가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일방적 메시지만 외치고 있고,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설교를 듣지 않고 자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살은 죄다',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한국교회의 가르침이 비성경적이라고 '단호히' 말하면서 자살을 단순히 '죽고 싶다는 욕망'이라는 질병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기독교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은 한국교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이같은 견해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자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치거나 자살이 죄가 아닌 질병임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자살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어 자살을 억제하기는 커녕 도리어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독교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른 것은 한국교회가 자살에 대해 바른 신앙교육을 시키지 못한 데 원인이 있는 것이지 한국교회가 자살을 일방적으로 정죄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회가 그들의 자살을 지나치게 동정하고 미화하고 있을 때 한국교회는 자살을 경계하기보다는 도리어 침묵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왔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자살에 대한 설교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자살=죄'라는 주장이 과연 비성경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자살에 대한 기독교의 오랜 전통적 가르침이 중세의 속설로 치부되어야 할 만큼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가? 자살이 우울증이라는 질병에 기인한다고 해서 자살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가?
 
제한된 지면 때문에 다 논할 수는 없지만 자살에 대한 기독교의 전통적 관점도 상당한 성경적 근거가 있다. 무엇보다 자살은 하나님의 생명주권(삼상 2:6)에 대한 중대한 거역이며,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인위적으로 해치는 살인행위이다. 자살을 죄악시하는 기독교의 관점은 어거스틴과 아퀴나스의 주장보다는 성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비록 자살이 우울증이라는 질병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해서 죄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질병 역시 우리 인간이 싸워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성경은 우리의 대적 사탄도 질병을 내리는 권세가 있다고 증거하고 있다. 모든 재산을 다 잃고 몸에 큰 악창이 난 욥에게 그의 아내는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욥 2:9)고 했다. 그러나 욥은 이를 어리석은 말로 치부하며 육신의 질병에 굴하지 않았다. 만일 욥이 아내의 말처럼 행했다면 사탄에게 패했을 것이며 치유와 회복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천국과 구원은 '이기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상급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비록 자살자가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닐지라도 교회는 자살자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칠 수 없다. 자살에 대한 중세적 관점을 거부한 루터도 자살자도 구원을 잃지 않는다는 말을 평민들에게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사탄이 이 가르침을 이용하여 더욱 더 많은 살인을 자행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자살은 가장 불행한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 자살은 불행한 죽음이다. 그러기에 한국교회는 자살을 말리고 자살예방교육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것을 실천할 것인가?
 
목자에게는 양이 잘못된 길로 갈 때 이를 징계하는 '막대기'와 양을 보호하고 안위해주는 '지팡이'가 있다. 자살예방교육은 막대기와 지팡이의 원리를 함께 적용해야 한다. 자살은 하나님의 주권을 거역하는 중대한 살인죄로서 구원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는 것은 막대기를 드는 것이며, 삶의 의욕을 잃고 절망감에 빠진 사람을 위로하고 그의 영혼을 돌봐주는 것은 지팡이를 드는 것이다.
 
자살에 대한 정죄만 있고 자살하려는 사람에 대한 영적 돌봄이 없다면 이것은 막대기로 때리기만 하는 것이며, 반대로 자살을 죄로 보지 않고 동정의 시각으로만 접근하면 자살이 불행한 죽음임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없다. 자살에 대한 기독교의 전통적 관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살의 유혹에 직면한 사람들에 대한 치유와 영적 돌봄을 강화할 때 자살예방교육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김  경  호
합정교회 부목사
샬롬방 신앙공동체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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