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 목사로 살아가기

작은 교회 목사로 살아가기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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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8일(수) 10:11

인병국/목사 ㆍ 한동교회


작은 교회 목사로 살아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초대형교회 목사가 되어 선교에 앞장서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되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노력하였다. 은혜를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았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아주 '작은' 교회의 목사로 살고 있다. 작은 교회 목사로 산다는 것이 좀 불편할 뿐이지 큰 교회 목사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은 없다. 아쉽지만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30년이 넘는 오랜 세월 조금은 불편하게 살아왔지만 나름대로 보람있게 살고 있다. 오늘날 작은 교회 목사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동료 목회자들에게 작은 교회 목사로 살아오면서 탈진하지 않고 살아온 것을 나누고 싶다.

신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지금까지 주님이 나를 목사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한 번도 잊지 않고 살았다. 아무리 어려워도 내가 주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확신하면서 살았다. 섬기는 교회가 부흥 성장하고, 도모하는 일이 잘 되면 목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갈등을 할 필요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성장하지 못하고 삶에 어려움이 많을 때 흔들리게 된다. 그런 일들이 여러번 있었지만 그럴 때 마다 주님이 나를 부르신 소명의 말씀을 붙잡고 주의 종으로서 정체성을 다지곤 하였다. 주의 종은 주님께서 사역뿐만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서 책임져 주신다.

목사로 철이 들면서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았다. 신학교 동기들은 교단 내에서 전 현직 총회장을 비롯하여 대단한 분들이 많다. 그들과 비교한다면 나는 한 순간도 숨을 쉬고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비교해서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았다면 나는 완전히 망가졌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동기들이 잘 되는 것이 내게도 유익함을 알았을 때부터 배가 아프지 않게 되었다. '비교 시작, 행복 끝', '비교 끝, 행복 시작'임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을 때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

하나님의 주권을 확실히 믿었다. 내가 의도하는 대로 되지 않고 하나님의 뜻대로 되어가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내 뜻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이뤄짐을 목도하게 되었다. 자녀 교육 문제도 하나님이 책임져 주심을 경험하였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지만 주님의 은혜로 남매를 공부시킬 수 있었다. 하나님은 늦지도 빠르지도 않으신 분임을 경험하고 알았다. 사람에게는 방법이 몇 가지 없지만 하나님께는 만 가지 길이 있음을 알고 그것을 누리며 살았다. 캄캄한 절망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면 길이 보였고 열렸다. 살아오면서 겪은 어려움과 연단이 주님께 좀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래서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의 내 형편이 나에게는 하나님의 은총이요 축복이다. 살아오면서 너무 힘들고 답답하여 두 세 번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흔들림 없이 여생을 내가 만난 주님께 맡기며 살고 있다.

작은 교회 목사로 살아가는 것이 어려움도 많지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 앞에서 더 겸손하게 설 수 있고, 성도들을 인격적으로 대할 수 있으며, 실존적으로 하나님을 더 의지할 수 있다. 작은 교회 목사이기에 누릴 수 있는 은총도 있고 내면의 삶에 더 충실할 수도 있다. 하나님은 목사가 이뤄놓은 사역의 결과보다 얼마나 최선을 다 하였는가를 보신다. 그래서 자긍심을 갖고 남은 사역기간도 최선을 다하며 후회 없이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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