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과 스톨

총장님과 스톨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7월 01일(수) 14:30

지난 목요일 내가 일하는 숭실대학교는 큰 손님들을 맞이했다. 우리 대학의 공식적 설립기관인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총회 임원들 아홉 분이 방문하신 일이다.
 
매달 임원회를 모이면서 섬김의 장소를 찾아 위로하고 위해서 기도를 해 오던 가운데 6월에는 교회가 세운 학교를 찾아가기로 하였고 숭실대학교를 찾은 것이다. 총회장님과 총회 임원, 그리고 대학의 임원들이 함께 드린 기도는 너무도 감격적이었으며, 교단 임원들 전체가 학교를 방문한 일은 전에 없었던 경우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날 총회장님은 우리 총장님께 스톨을 걸어주셨다. 스톨은 목사에게만 소용되는 것이다. 미국 서부에 있는 신학교에서 엄숙한 성례전을 거행할 때, 집례 목사의 복장은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러나 그 복장 위에 스톨을 걸치니 신성한 예식의 집례자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총회 마크가 선명한 예쁜 색동 스톨을 받는 총장님이 부럽기까지 했다. 더구나 교단 최고의 권위를 갖고 계신 총회장님이 걸어주시니 숙연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총장님에게 저 스톨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우리 대학 총장님은 목사가 아니다. 경영학과 교수로 평생을 가르치셨고 이제 다른 학교와 같이 CEO총장으로 지난 3월 부임하셨는데, 목사의 예전에나 사용되는 스톨 선물이라니…. 혼돈스럽기까지 했다. 선물을 주시는 총회장님의 특별한 설명도 없었다.
 
총회장의 권위가 교회에서 최고이듯이, 대학에서는 모든 권위는 총장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학위를 수여하고 모든 학사와 행정의 최종 결정을 총장이 한다.
 
기독교대학으로서 우리 대학은 다른 대학과 마땅히 구분되어야 하는 점이 있다. 하나님의 대학이라는 사실이다. 평양에 숭실학교를 설립한 배위량 목사님으로부터 숭실대학이 일제의 신사참배 요구가 극렬하게 다가왔을 때 그것을 거부하고 홀연히 학교의 문을 닫아 하나님과 민족을 향한 사랑을 표현한 마우리 목사님까지, 아니 동란 이후 서울에서 하나님이 숭실을 부활시키실 때 재건 초대학장으로 수고를 다하신 한경직 목사님, 지금 재임 중의 총장님까지 탁월한 교육자였고 행정가였으며 하나님의 신실한 종들이었다.
 
바로 이것, 말씀도 없이 스톨을 총장님께 걸어주신 총회장님의 모습은 "기독교대학의 총장은 성직자다" 라는 놀라운 선포의 말씀이었다. 대학 총장의 CEO 그 이상의 역할을 역설하신 것이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격려와 위로의 힘찬 메시지를 들었다. 나는 이날 모인 간부회의 석상에서 이 감동적인 설교를 풀어서 말하였다. 귀한 소명이 담겨진 스톨은 총장님께서 잘 보관하실 것이다. '성직자 총장'이라는 또 하나의 직분과 함께.

연 요 한
목사ㆍ숭실대학교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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