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교회인가?

필요한 교회인가?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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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17일(금) 14:42

정우겸 / 목사ㆍ완도성광교회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도 반기독교 정서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종교별 신도수 증감율이나, 국민들의 종교별 선호도를 보면, 우리 기독교의 경우는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상황의 심각성은 '위기'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할 정도이다. 어떻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는 없을까?

암울한 일제시대부터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한편으로, 학교, 병원, 고아원, 양로원을 설립하고 운영해 왔다. 절대 필요하지만 국가도 기업도 손쓰지 못했던 이러한 영역에 교회의 역할은 자못 절대적이었다. 이 역할이 한국사회의 근대화, 현대화였다.

또한 군사독재 치하에서 교회는 국민의 대변자였다. 교회는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의 선봉에 서서, 탄압받고 신음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힘없는 그들이 입으로 외치지 못하는 말들을 교회가 대신하고 한을 풀어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나는 교회를 나가지 않지만 교회는 필요하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앞서 한 질문에 대해 하나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교회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은 사회공동체가 교회 존재의 필요성을 체감하면 바로 해소된다는 것이다.

공동체로 하여금 교회의 필요성을 체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어야 한다. 교회는 배고픈 이들에게 "가서 먹으라"가 아닌 "이리 와서 먹으라"고 말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굶주린 백성들을 인근 마을로 보내 잠자리와 먹을 것을 얻게 합시다"라고 말하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눅 9:13)"고 하셨다.

교회사가 보여주듯이 교회는 본질인 영혼구원보다 세속적인 명예, 규모, 물질, 정치에 집착할 때에 심판받고 망하지 않았는가? 지금 교회는 실제로는 세속적이면서도, 입으로는 천사의 방언을 일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교회는 통렬한 회개를 바탕으로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들의 영혼에 다가가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교회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필요(needs)를 따라 움직이고 찾아가야 한다. 교회는 주민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 연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교회가 채워줄 수 있는지 답을 제시해야 한다. 일반 회사의 마케팅 하는 사람들도, 자세를 낮춰 고객을 찾아가는 감동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데 하물며 영혼구원을 사명으로 하는 교회가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을 기다린다면 그것은 분명 죄가 아니겠는가?

이미 이렇게 하고 있는 교회들도 많지만 필자가 아는 몇 사례를 소개해 본다. 경기도 양평군의 국수교회는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지역을 섬긴다. 예배당도 원형으로 공연하기에 적합하게 지었다. 주민들과 지역 관청들이 적극 협력하고 참여한다. 또한 전남 완도군 청산면 동부교회와 약산면 제일교회의 목사 부부는 수 년 간 주말마다 직접 구운 따끈한 붕어빵을 집집마다 전하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 와룡리는 두메산골로 군내 버스가 하루 4번 다니는 가난한 동네이다. 교회는 더 가난하지만 전도사는 4번의 버스 시간에 맞추어 몇 안되는 교인들과 차를 가지고 나가 연로한 주민들의 승하차를 돕고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씌워 준다. 이 교회는 이러기를 수년 간 하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열었다. 목포 연안선교회(이문희목사)는 새벽마다 부두에 나가 어부들이 출항하고 귀항할 때 따끈한 차를 대접하여 추위에 떠는 이들의 마음을 녹인다.

이런 교회들에는 불신자라도 자연스럽게 도움을 청하러 오고 감사를 표하기도 하며, 그냥 구경삼아 오기도 하고 쉬러 오기도 한다. 그리고 누가 교회를 비난하면, 불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적극 변호한다. 주민의 마음을 얻은 결과이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불신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전도로 이어져서 시골이지만 10년째 매년 60명 이상의 새 신자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다.

다 안된다고 아우성을 쳐도 그 속에서도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어디나 있다. 어려운 시대지만 사람들의 마음만 얻으면,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는 교회만 되면, 얼마든지 길은 있다. 불신 사회와 주민들에 대한 이러한 접근전략은 우리 교단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3백만 성도운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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