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처럼 살다 갈래요

머슴처럼 살다 갈래요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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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08일(수) 15:02

고영환/목사 ㆍ금성교회

시골에서 자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우리 집 근처에 동네에서 가장 부자로 사는 분이 있었다. 농사를 많이 지어야 했기에 항상 머슴을 고용하였다. 그런데 그 집에서 일하는 머슴 아저씨는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일 년 내내 자기 일에만 충실하는 것 같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소여물을 쒀주고 들판으로 나가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오는 것이 그 머슴 아저씨의 일상생활이었다. 참으로 착하고 충성된 일꾼이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주인이 맡긴 돈을 열심히 수고하여 두 배로 남긴 종을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하는 대목이 있다. 종은 주인에게 유익을 주어야 한다. 해를 끼쳐서는 좋은 종이 될 수 없다. 성경은 주인을 위해서 수고하지 않고 유익이 되지 못한 종에 대하여는 '게으르고 악한 종, 무익한 종'이라고 책망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어릴 적에 보았던 그 머슴 아저씨 생각이 늘 떠오른다. 나는 착하고 충성된 머슴인가, 게으르고 악한 머슴인가? 주님과 교회에 유익한 머슴인가, 무익한 머슴인가?

머슴(farm servant)이란 주로 농가에 고용되어 그 집의 농사일과 잡일을 해 주고 대가를 받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주인집에 함께 살면서 의식주를 제공받고 품삯은 연말에 새경이라 하여 연봉을 받았다. 그는 오직 그 때를 위하여 참고 견디며 주인이 시키는 일이라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는 사람이다.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 기특한 사람이다.

우리 목사 역시 주님께 고용된 머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섬기는 금성교회에 오기 전에 개척교회를 몇 년 동안 섬긴 적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도하고 심방하고 교육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목회했다. 한 시간이라도 여유 있게 보내면 주님께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 받을까 두려워했다. 개척하고 2년 동안 가족들과 나들이 한 번 가본 적이 없었다. 식구들은 그런 나로 인해 매우 힘들어 하였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말을 꺼냈다. 어떤 분이 가족 여행을 다녀오라고 돈을 주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나는 이런 아내를 나무라며 거부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번에는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심각한 협박에 결국 굴복하여 제주도로 끌려(?)갔다. 물론 여행은 참 좋은 것이었다. 지금은 청년이 되어버린 두 자녀들과 유일하게 함께한 어린 시절의 좋은 추억여행이 되었으니 말이다.

지금 섬기는 교회에서도 역시 머슴 생활은 계속되고 있다. 개척 교회에서 사역할 때나 지금의 안정된 교회에서 사역할 때나 다른 게 별로 없다. 여전히 머슴처럼 바쁘다.아마 내 목회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머슴으로 살다 갈 것 같다. 왜냐하면 나의 주인은 내가 섬기는 교회공동체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분께 고개를 드는 머슴이 아니라 고개를 숙이는 머슴이고 싶다. 허리를 뒤로 젖히는 머슴이 아니라 허리를 굽히는 머슴이고 싶다. 겸손한 머슴으로, 더 낮아지는 머슴으로, 섬기는 머슴으로 남고 싶은 데, 세월에 미혹되어 변할까 두렵다.

적은 일에 충성함으로 점점 큰일을 맡겨 주신 내 주인님께 늘 감사드린다. 중머슴에서 상머슴으로 인정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내가 받을 진짜 새경은 머슴 생활을 마치고 하나님 나라에 이를 때에, 의로우신 주인님에 의해서 정당하게 매겨질 것이다.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 25:21).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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