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교회의 할 일

이민 교회의 할 일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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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월 25일(수) 17:12

송병기 / 목양교회 목사ㆍ미주한인장로회 증경총회장

필자는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한 일년만 살면 영어를 잘할 줄 알았다. 그런데 27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대로 표현을 잘 못해 답답할 때가 많다. 지난날을 후회해 봐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기에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젊어서 미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젊어서 영어공부를 잘 하라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세살 먹은 어린 아들 둘의 손을 잡고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 내려 가족들의 마중을 받으며 시작한 미국 생활이 벌써 순식간에 지나갔으니 말이다.

뉴욕에 도착하여 한국에서 가지고 온 돈이 바닥이 나려하자 일터에 나갈 것을 결심하고 찾아다니는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하나님께 목회를 할 수 있는 곳을 달라고 기도하며 한 두 사람만 있어도 나를 필요로 한다면 가겠다고 하나님께 매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목회자를 구하는 곳이 많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필요조건은 정규 신학을 졸업한 자, 미국에 와서 일 년 이상 학교의 신학 수업을 받은 사람, 영어로 설교를 할줄 아는 사람이라야 한단다. 첫 번째 조건은 충족시킬 수 있었으나 미국에 온 지가 일년도 안 되었으니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이 맞지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개척한 것이 뉴욕 목양교회의 출발이다. 영어를 못한다고 천대를 받았던 것이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나는 개척 교회를 하면 유년부도 중ㆍ고등부도 모두 한국말로만 가르치고 설교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서 개척을 삼일절 기념예배를 드리는 삼월 첫 주로 정하고 민족의 자주 정신을 계승할 것을 다짐하며 설립 예배를 드렸다. 풍파도 많았으나 영어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때문에 민족적 교회로 자녀들의 마음에 민족정신을 일깨우며 지내왔다.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인도해준 것에 대하여 자녀들뿐만 아니라 더욱 부모들도 고마워한다. 자녀들과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잘 할 수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사는 동포들은 우리나라 말을 쉽게 잊어버린다. 같은 이민 생활이지만 남미로 간 사람들은 우리나라 말을 잊지 않도록 정성껏 가르친다. 그러나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은 다른 것 같다. 아마도 미국이 선진국이라 빨리 동화되기를 원하는 부모들의 심정이기에 그런 것 같다. 세상에 나라를 잃고 망국백성이 되는 것처럼 슬프고 비참한 일이 없다. 우리는 그 사실을 일제 식민지 생활에서 뼈저리게 체험했다.

나라 잃은 백성은 마치 부모 없는 고아와 같다. 우리같이 해외에 나와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피부에 와서 느껴진다. 자기가 속한 민족 공동체와 모국이 잘되고 번영하며 부강해야 사람대접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솔로몬 왕 사후 남북 왕국으로 분열되었다. 열지파를 중심한 북쪽의 이스라엘은 그 후 B.C.722년 이웃 앗시리아에 의해 멸망되었고, 두지파를 중심했던 남쪽의 유대왕국은 B.C.586년 바빌로니아에 의해 멸망되었다. 북쪽의 이스라엘은 국가의 멸망과 더불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앙과 문화적 전통을 상실해버렸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이스라엘 민족의 혈통조차 잃게 되었다. 신앙과 문화 전통과 혈통을 상실한 그들은, 예수님 당시에 이르게 되면, 옛날 같은 민족이었던 유대인들로부터 개와 같은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사마리아인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다.

이민생활에서도 우리 민족적 전통을 전승하여야 할 책임과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민자들은 자녀에게 우리나라 말을 잘 가르쳐 자존감을 갖게 해야 한다. 이민교회도 민족 교육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현지에서의 민족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안고,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을 통하여 이민교회의 민족적 역량을 축적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이민교회의 존속 여부와도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민교회는 신앙과 민족의 인도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 나가는 것은 물론, 반드시 그러한 전제 위에 서서 한국어 공부에 최선을 다하여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살든지 민족의 말을 잊지 않고 계승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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