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여 선교를 이루라'

'협력하여 선교를 이루라'

[ 특집 ] ②한국일 - 동반자 선교에 대한 신학적 고찰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3월 19일(목) 10:30

   
▲ 21세기 선교는 '시혜자'와 '수혜자'라는 일방적이고 의존적 관계에서 벗어나 영적, 물적 자원 공유 등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4년 본교단과 쿠바개혁장로교단간의 선교협약체결식. 이 체결식을 통해 본교단과 쿠바 교회 관계자들은 양국 교회가 동반자 관계임을 수차례 강조하고 확인하며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20세기 초에 활발하게 전개된 세계선교운동은 선교와 교회의 일치를 핵심적 주제로 추구했다. 선교현장에서 출발한 에큐메니칼 운동은 선교활동과 교회간 일치는 분리할 수 없다는 확신에 서 있었다. 선교는 본질적으로 동반자 선교 형태를 가진다.

동반자 선교는 파송 교회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교회, 현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과 함께 연합하여 수행하는 선교활동을 의미한다. 필자가 속한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선교협정을 맺은 협력교회가 있는 지역에서 선교하는 것을 공식적 선교정책으로 수립하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선교는 직접성(direct-ness)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으며, 어디든지 교회와 현지 지도자들이 있기 때문에 선교사의 개척사역보다는 현지 교회와 함께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현지 교회의 사역이 촉진되도록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협조하는 선교가 필요하다. 이제는 선교사에 의한 개척선교보다는 현지 교회를 통한 동반자 선교가 더 요청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물론 지역의 특성에 따라 교회가 없는 지역에 교회를 세우는 개척선교가 필요한 곳도 있겠지만 그럴지라도 현지 교회와의 협력 하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개척선교 방식만 고집하면 더 이상 선교활동이 불가능해지는 때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지 교회와 협력하는 방식의 동반자 선교는 교회들이 가진 다양한 은사와 자원들을 서로 나누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선교모형이 될 것이다. 21세기 협력선교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오늘의 선교사 개념은 실제적으로 선교 동역자가 되어야 한다. 호칭은 선교사를 그대로 사용할지라도 파송교회나 선교사 자신은 이미 현지에 존재하는 교회와 협력하여 그들을 돕는 자로서 선교에 참여하는 것임을 주지해야 한다. 오늘의 선교현장을 마치 19세기와 같이 교회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협력선교가 절대로 불가능해진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은 돕는 행위 역시 일방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누구를 돕는다고 할 때 먼저 그와 함께하지 않고 돕는 관계만 강조하면 순더마이어(Th. Sundermeier)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도움 증후군'(Help-syndrome)에 빠질 수 있다.

타자를 '위한' 교회(church for others)가 되려면 먼저 타자와 '함께' 하는 교회(church with others)가 되어야 한다. 타자와 함께 하지 않고 위하는 교회가 되는 것은 곧 선교하는 교회와 현장이 '시혜자-수혜자'의 일방적인 관계가 되고 이러한 관계에서는 '우월주의'적 태도를 탈피하지 못하게 된다.

한쪽이 선교의 주체가 되고 다른 교회가 대상으로만 머물게 되는, 선교사나 파송교회와 의존적 관계에 머물게 된다. 재정적 도움 역시 상호성의 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잘못된 재정사용은 현지 교회가 점점 더 선교사와 그의 교회에 의존적 관계에 예속될 수 있다. 그러므로 재정적 후원이 현지교회를 자립적 방향으로 이끌어가는지, 아니면 자립의지를 박탈하고 점점 의존적 상태가 되는가를 민감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기울어진 관계는 한국교회 선교현장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선교를 주종관계에서 이해하는 교회들도 적지 않다. 물질과 프로그램으로 선교사와 파송 교회가 주도하는 선교는 일종의 '유사 제국주의 선교' 혹은 전형적 교회중심적 선교형태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선교는 선교사와 파송 교회와의 의존적 관계에서 자립적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동반자 선교 또는 에큐메니칼 협력선교를 위한 신학적 정립과 그것에 따른 선교정책과 전략의 수립, 그리고 이러한 선교정책과 원리를 선교사를 통해서 실현하는 것이 서로 일맥상통하게 연결되어져야 한다. 오늘날 다양한 신학적 입장을 가진 교회나 선교단체들도 거의 모두가 협력선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교파주의와 개교회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한국교회와 그것에 의한 선교현실의 문제를 극복하는 가이다.

선교부에서는 총회 산하 모든 노회와 교회들에게 선교현지의 교회들과 본 교단간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그 위에 선교활동을 수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것은 선교가 구조적으로 동반자 선교, 협력선교의 구조를 갖추어야 할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협력선교구조와 정책이 현실적으로 구현되려면 실제로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며 영향력을 미치는 각 노회와 지역교회의 목회자, 선교관계자들의 올바른 협력의식과 그것을 위한 굳은 의지가 따라와야 한다. 여기에 국내 교회들에게서 발견되는 개교회 중심주의, 성장지상주의, 개종주의, 경쟁주의적 선교, 물량주의 선교와 같은 부정적인 형태들을 극복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국내와 해외선교가 구시대적, 제국주의적 형태에 머물고 있으나 희망적인 것은 국내와 해외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시대에 적합한 협력선교를 추구하며 노력하는 교회와 목회자 선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국내와 해외의 각 지역에서 바람직한 방식으로 진정한 동반자의 위치에서 협력선교를 수행하고 현장과 교회, 선교사와 목회자들의 사례들을 사례들을 연구하여 이들의 활동을 선교학적으로 지원하며 한국교회에 소개하고 전달하는 현장과 선교학 사이에 긴밀한 공동의 협력이 요청된다.

   

한 국 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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