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로 목사님

우리 원로 목사님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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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월 10일(화) 09:23

송재식/서림교회 목사

1백만 명의 인파가 고 김수환 추기경을 조문하기 위하여 명동성당을 찾았다고 한다. 그의 명성만큼이나 아름다운 삶이 보여주었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모르기는 하지만 천주교회에 대한 국민의 정서는 한층 고취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독교에서 빠져나간 청년들과 지성인들이 천주교회로 몰려든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고뇌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 특성상 지교회와 교단주의가 빚어냈던 지난날의 갈등과 분열현상은 아무래도 국민들의 뇌리에는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식장 모습을 앞다투어 생중계하는 일반 언론과 방송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한국 기독교의 성찰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쨌든 고 김수환 추기경은 천주교가 배출해 낸 영웅같은 원로요, 온 국민이 존경하는 정신적 지주이셨다. "인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라는 명언이 생각날 정도로 고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천주교가 만들어낸 인물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언젠가부터 한국 기독교 안에는 원로 목사들의 수난시대가 왔다는 느낌이 든다. 평생 동안 교회와 노회와 총회를 위해 생을 헌신했던 분들이 마땅히 존경받고 신앙과 정신의 기둥으로 보호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가끔 주변 동역자들로부터 "가장 존경하는 목사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우리 원로목사님"이라고 대답한다. 그 분은 총회장을 지내시고 서림교회에서 28년간 목회하시다가 정년 은퇴하신 장동진목사님이시다.

14년 전 처음 서림교회 목회를 시작하면서 뵙게 되었던 우리 원로목사님은 후임자에게 아버지 같이 훈훈한 분으로 자리매김 하셨다. 정말 송구스러울 정도로 후임자의 목회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간섭하시거나 평가하신 적이 없으시다. 평소에 과묵하기로 유명한 우리 원로목사님은 교회 현장에서 시무하실 때에도 존경을 받으셨지만 은퇴하셔서 더 존경받는 어르신이다.

그가 은퇴하신 후 2~3년이 지나 처음 서림강단에서 하셨던 설교제목이 "그는 흥해야 하겠고"였다. 그 설교는 후임 목사인 나에게 뿐만 아니라 전 교인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을 주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명절이나 생신날에 한 번 찾아뵙겠다고 전화라도 드리면 극구 말리시며 "찾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송 목사 몸 건강관리에 힘쓰라"고 당부하곤 하신다.

원로 목사님은 주일에는 항상 7시 30분에 시작되는 1부 예배를 드리시는데 항상 앉으시는 좌석이 있다. 맨 좌측 앞에서 셋째 줄인데 나는 강단에 설 때마다 원로 목사님의 자리부터 확인한다. 어쩌다 한 번씩 출타하시어 그 좌석이 비어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낀다. 목사님은 금년 연세가 84세인데 아직도 정정하시며 새벽 4시에 일어나 교회와 송 목사를 위해 기도하신단다. 그분이 계시기에 참으로 든든하고 행복하다. 원로목사님을 뵐  때마다 '살아 계신 성자'의 모습을 대하는 듯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정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지면의 한계상 다 기록할 수는 없지만 이 글의 내용은 후임 목사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요, 조금이라도 더해진 이야기가 아님을 밝히고 싶다.

단지 나의 소원이 하나 있다면 우리 원로목사님이 1백세를 넘도록 건강하셔서 한국교회와 이 사회에 존경받는 정신적 기둥으로 계셨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우리 원로목사님에 대한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고 싶다. 후임자에게 참목자상을 보여주신 우리 원로목사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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