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소원

하나님의 소원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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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2월 26일(목) 14:03

송병기 / 목양교회 목사ㆍ미주한인장로회 증경총회장

언제 철이 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남을 위한 배려를 하고 남의 인생을 도와 줄 생각을 하는 때부터인 것 같다.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나 하나만을 생각하고 살아온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시간을 계산할 줄 모르고, 자기에게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과 세월이 남았는가는 생각해 보지 않고 이익만을 생각하는 삶이었다. 목회를 해도 내 교회만을 생각하고 오직 교인의 숫자만을 늘리기 위하여 동분서주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교회들마다 교인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줄어드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전도도 안되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점점 떠나 앞으로 교인 수는 차츰 줄어들어 서구처럼 교회도 고령화되어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 교회가 운영이 안되어 매물로 나오게 되고 교회는 매매되어 교회 아닌 다른 용도로 쓰여지게 될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날까? 목회자로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다시 교회가 회복될 수 있을까?

'세월이 유수 같다'는 옛 선배님들의 이야기가 이제 실감이 난다. 어느덧 회갑에 접어든 나로서는 지나온 세월들을 하나님 앞에 회개할 날이 가까워옴을 바라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어쩌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을까. 돌아볼 여유도 없이 지나간 것이다. '왜 이렇게 살았을까', '좀더 나은 삶이 되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니 더욱 하나님께 송구한 마음뿐이다. 교인들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삶을 드려 헌신하는 삶을 보고 나 또한 그 길로 따라가야 마땅했는데 내 삶의 모습을 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은퇴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을 남겨놓은 지금 조금씩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예수님의 원하시는 목회는 모든 민족이 구원을 얻으며 진리를 아는데 이르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부름에 합당하게 살지 못한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문득 목회를 시작하던 1974년이 생각난다. 지금은 화려한 하늘공원으로 변화된 난지도가 나의 첫 목회지였다. 교인들이 없었던 그 섬에 서교동교회의 파송으로 1974년 2월 첫 발을 내딛었다. 난지도 안에는 어린이와 어른을 모두 합하여 80여 명이 살고 있었다. 교회는 있었는데 물난리로 인하여 의자와 오르간, 강대상 등은 모두 떠내려가고 낡은 의자와 성도들이 직접 손수 제작한 강대상이 전부인 초라한 교회였다. 당시 나는 모든 주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여 복음의 섬, 또한 하나님을 찬양하는 찬송이 흘러 넘치는 섬을 만들고 싶었다. 그 당시 파송 받았을 때 복음을 전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했었다. 정말 오직 한 마음, '영혼 구원'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어느덧 35년이 지난 지금은 목회자가 되려 했을 때의 첫 마음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목회를 생각해보면 나의 만족과 나의 소원성취를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을 등에 모시고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나귀가 군중들의 환호 소리를 자기를 위하여 외치는 소리로 착각하는 것 같은 마음이다. 하나님께 죄송스런 마음뿐이다. 그때는 열정도 있었다. 감격도 있었다. 오직 예수님뿐이었다. 믿지 않는 영혼들을 구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였던 그 순수한 소명이 어디로 갔을까?

뉴욕으로 이민을 와서 목회하는 것도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순수한 마음은 왜 그리 쉽게 사라져 가는 것일까. 세상적인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직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성공'이라는 단어에 맞추려 전전긍긍했으니 너무 어리석은 것이었다. 좀더 나은 기반, 자랑, 야망, 수많은 욕구와 판단들, 합리화 그리고 세상의 의견들을 너무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교회 성장을 위한 노력은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랑과 이력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발견하며 깜짝 놀랐다. 이러한 마음을 갖는 것이 철이 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마음을 갖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남은 목회의 기간을 모든 교인들에게 불신자의 영혼을 구원하려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하고 싶다. 뜨거운 구령의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로 한 영혼을 구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행복한 삶을 맛보아 이 세상에서 가장 기쁘게 사는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성도들이 한 가족이 되어 하나님의 넓으신 사랑에 못이겨 서로 가지고 있는 깊은 상처를 함께 나누며 보듬어주는 교회가 되도록 이끌고 싶다. 아픔과 상처가 감격의 눈물로 변하는 그런 교회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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