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얻은 값진 교훈

벼랑 끝에서 얻은 값진 교훈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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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2월 16일(월) 12:06

최이우 /  종교교회 목사

10여 년 전, 개척한 교회에서 10년간 목회를 하였을 때, 나는 거의 하나님 수준에 이르는 대단한 존재감을 갖고 있었다. 목회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신학대학원 강사로, 목회자들을 위한 전국적인 특강강사로, 쇄도하는 부흥회 인도 요청까지, 그야말로 상한가를 누리며, 많은 목회자들로부터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되었다. 그 시절 나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였다. "열심히 기도하고 노력하면 교회는 부흥되고 성장할 수밖에 없다.", "목사가 한다고 결심하면 안 되는 일이 어딨어."

이즈음 해외 집회요청도 심심찮게 있었는데 호주에서 목회하는 친구 목사의 교회 부흥회를 인도하고 돌아왔을 때 교회 안에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감지했다. 늘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문제를 질질 끌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조기에 수습하기 위하여 당사자들을 불러들여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대화한 결과 문제의 정도가 그리 심각하거나 시급하다고 여겨지지 않았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담임목사가 그 사람들을 불러 공식적인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도리어 그들의 결속에 박차를 가해준 결과를 낳았다. 며칠 후 '교회 바로세우기 위원회'라는 얼굴 없는 모임이 발족되었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문제를 문제시 하면 문제가 된다'고 하였던가?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갔고, 그 위원회 이름에 걸맞게 교회와 담임목사의 비리(?)에 초점을 맞춘 신문마저 제작되어 경인지역의 교회들에게 우편발송을 하는가 하면, 시내 거리에서 수만 부를 뿌려댔다. 

일이 이쯤에 이르러서야 내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하였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회 개척 10년만에 나는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외로운 섬'처럼 느껴졌고,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절체절명의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마침내 인간적인 모든 노력을 다 내려놓았다. 아내와 함께 두 주간동안 금식기도를 하였고, 밤이면 혼자 철야하면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1997년 12월 담요 한 장을 의지해서 엎드린 교회 강단은 무척 추었다. 그렇게 하기를 한 달, 결코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소중한 깨우침을 얻고 내 목회의 진정한 재출발을 가능하게 하는 축복의 시간이 되었다.  

첫째, '하나님의 목회(God's ministry)'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다.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것(마태복음25:24)"은 아니지만, 사람이 아무리 많이 심고, 땀 흘리는 노력을 한다 해도 하나님이 축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셨습니다"라는 진실한 고백이 이루어지면서 축복 받은 삶의 결과는 누림이 아니라, 감사와 섬김과 베풂의 기회임을 알았다. 교회의 목회에서 담임의 뜻이 곧 하나님의 뜻이라는 망상을 버리고, 장로들의 비위를 맞추는 노력이나, 다수결로 결의하려는 노력보다, 주님이 원하시는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위하여 정말 진지하게 기도하고 최후의 결정을 하나님을 향하여 열어놓고, 성령의 인도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둘째, 교회 안에 '목회자가 싸워야 할 적은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양들 틈에 끼어있는 염소들 때문이 아닌가?', '저렇게 하고도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있을까?', '저들이 정말 천국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교회 안에 문제를 만들고, 그 일로 인하여 목회자와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 당시 아무리 기도를 해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교회 안에 네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적은 없다. 그들은 모두 목자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 알게 된 것은 지루하게 만들어내었던 그들의 문제는 "정말 양들을 위한 목자인가, 삯꾼 목자인가?"를 시험하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목자는 양들과 싸우지 않는다. 교회 문제 때문에 장기간 금식기도를 하고 난 후 친구 목사의 말이다. "기도하기 전에는 이리로 보이던 교인들이 기도하고 난 다음 보니 양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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