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가야할 길

한국교회가 가야할 길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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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9일(월) 19:17

송 재 식 / 서림교회 목사

얼마 전 한 일간지 기자가 쓴 '부시 대통령의 참담한 봉변'이라는 글을 읽었다. 그의 대통령 임기 마지막 때에 이라크를 전격 방문하여 '사명 드디어 완수'라는 연설을 하였다. 이 연설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서 일어난 장면이다. 이라크 기자 한 사람이 부시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하며 신발을 던졌던 것이다. 그의 값싼 승리주의와 경솔한 연설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반감과 함성이 어떠한 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부시는 지금도 이라크 전쟁을 선하고 옳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라크인들은 물론 미국내 국민들까지도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세계인들은 미국의 보수적 근본주의자들의 밀어붙이는 '투철한 독선적 행보'에 진절머리가 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기사를 읽으면서 요즈음 한국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개신교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러한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개신교 지도자들은 오늘도 너무 용감하게 웅변조의 삶을 살고 있다. 교회마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단장된 분위기 속에 성탄절을 맞이하였건만 사회 저변에 억눌려 사는 민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요즘 서점가에 뜨고 있는 '예수 없는 예수교회'라는 책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 듯하다. 전 부총리 겸 교육자원부 장관을 지낸 한완상 씨는 이 책에서 "한마디로 한국의 예수교회에는 예수님이 안 계십니다. 하기야 다른 나라의 교회에도 역사의 예수 모습은 잘 안 보입니다만, 교세의 양적 팽창과 대외적 선교열을 그토록 자랑하는 한국교회와 교인의 삶속에서 나사렛 예수, 갈릴리의 예수를 만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위기라고 하겠습니다. 그 분의 체취와 그 분의 숨결, 그 분의 꿈 그리고 그 분의 다정한 모습을 교회 안에서 찾기 힘듭니다"라고 하였다. 물론 한국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안티기독교의 비난과 질책을 대변하는 외침을 기독교인인 그가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연말과 성탄의 계절을 맞으며 이제 우리 개신교는 더이상 예수 그리스도를 독선과 배타의 울타리에 가두어 두려는 시도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사료된다. 나를 비우면서 남을 채워주는 예수님의 삶을 따라야 한다. 져주면서 이기는 예수님의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신 성탄의 주님처럼 우리 모두는 승리주의와 확장주의에서 빠져나와 자기 비움과 자기 내려놓음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개신교에 '독선' 그리고 '배타'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것은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다. 가끔 개신교인들은 기독교만이 절대로 선하고 옳으며 상대방은 늘 악하다는 논리를 말한다. 그러나 이 땅에 오신 주님이 냄새나는 마구간으로 오셔서 먼지 나는 갈릴리를 거닐며 천하고 병들고 가난한 민초들을 상대로 하나님나라를 이루려 하신 복음의 정신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우리는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이다.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이다. 주님께서는 독선과 배타의 길을 가지 않으셨다. 순한 어린 양처럼 골고다의 십자가 위에서 고난을 당하시던 예수님은 정말 멋지고 당당하게 져 주시며 그 위에서 죽으시고 마침내 부활과 평화로 승리하셨다.

바로 이것이다. 지금 한국 교회는 독선과 배타로 군림하려 하지 말고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이웃을 섬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국 개신교의 밝은 미래가 기약될 것이다. 예수님의 사랑은 우아하게 짐으로써 모두가 멋지게 승리하도록 하신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가 비록 심각한 문제를 안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잃어간다고 할 지라도 예수님을 따르는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시 개혁된다면 한국교회는 제2의 도약과 더불어 한국의 르네상스를 도래시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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