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도시락'으로 독거노인 품는 제주 복된교회

'사랑의 도시락'으로 독거노인 품는 제주 복된교회

[ 우리교회 ] 무료한방진료 사역 전개, 이달 중엔 효도관광 계획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5월 06일(화) 00:00

   
 
"사랑을 담아 만들었어요." 복된교회(박대원목사 시무) 밀알회 회원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일주일치 반찬을 만들어 지역 독거노인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며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정보미기자
 
【제주=정보미기자】 제주노회 복된교회(박대원목사 시무)에서는 매주 월요일 이른새벽이 되면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 4월 28일 오전 6시 30분. 소리의 근원지를 따라 복된교회를 찾으니 주방 가득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앞치마를 두른 여성들이 꽤 분주한 손길을 놀리며 반찬 만들기를 잠시, 어느새 '뚝딱' 먹음직스럽게 완성된 반찬이 공개됐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고등어구이와 짭쪼름한 콩자반, 양념이 듬뿍 배여있는 나물이 바구니에 한가득 담겨있다. 주일도 아닌데 월요일날 누가 이렇게 많은 반찬을 먹는 것일까.

의문은 금새 풀렸다. 맞은편 식탁 위에 '천국을 이루는 좋은교회 복된교회'라는 노란 명함이 달린 도시락이 줄맞춰 늘어서 있었다. 복된교회에서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에게 매주 일주일치 분량의 반찬을 '사랑의 도시락'에 담아 배달한다. "이 땅에서도 천국의 삶을 살자는 뜻에서 '천국을 이루는 좋은교회'라고 별칭 지었지요." 담임 박대원목사의 설명이다.

복된교회는 올해로 창립 18주년이 됐지만 지역색이 강한 제주지역 특성상 전도가 어려워 출석교인은 총 30여명 정도다. 박 목사는 첫 담임 사역지로 작년 6월 이곳에 부임했다. '개척교회 아닌 개척교회'로서 재정적인 어려움도 많았으나 올 2월부터 출석 교인 수에 버금가는 23개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박 목사는 "교회 반경 5백m 내외에 제주시 '빅(Big)3' 교회인 제주영락ㆍ제주성안ㆍ제광교회가 있다"면서 "큰 교회가 하지 않는 특색있는 선교활동을 모색해야 했다"고 전했다. 도시락 반찬 '나눔' 사역은 그 지역 선교의 '블루오션(Blue Ocean)'이었던 것이다.

반찬을 준비하고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역은 교회 내 봉사부 밀알회에서 담당한다. 박 목사는 요한복음 12장 24절 말씀을 인용해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했듯이 교회가 헌신하고 나아가는 게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밀알회'라 이름짓게 된 동기를 밝혔다.

밀알회는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산하에 있는 원스톱서비스센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하고 있다. 즉각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원스톱서비스센터는 주 1회 독거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말벗이 되어준다. 복된교회는 센터에서 돕고 있는 노인 중 23명을 선정해 반찬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도시락 배달 봉사 사업은 교회와 지역사회가 '윈윈(Win-Win)'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매주 복된교회의 도시락 반찬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백창린 할머니(78세)는 "혼자사는 노인에게 누가 이런 반찬을 가져다 주겠냐"면서 "교회에서 얼마나 좋은 일을 하시는지 모른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형섭 할아버지(74세)는 "음식이 아주 비위에 맞고 맛있다"면서 "이렇게 매주 찾아와 주시는 게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죄송하다"고 했다.

봉사를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밀알회 회원들은 노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텃밭에서 가꾼 상추나 꽃 등을 선물로 받기도 한다. 밀알회 회원 문경숙권사는 "교회를 모르시던 분들에게 도시락 사역을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할 수 있게 되서 너무 좋다"고 했다. 비기독교인인 원스톱서비스센터 자원봉사자 강정수 씨는 "반찬을 받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면서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계산적이지 않고 진실한 모습에 교회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복된교회 밀알회에서는 매주 주일 오후예배 후 인근 한방병원으로 찾아가 50여개의 병실을 다니며 방문사역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15일에는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무료한방진료 사역을 전개했으며, 이번달 중에는 제주 열대림 별천지라 불리는 한림공원으로 효도관광을 떠날 예정이다.

박 목사는 "6월에는 독거노인들을 대중목욕탕에 모시고 가서 목욕을 시켜드릴 예정"이라면서 "매달 특별한 이벤트적 사역을 통해 굳게 닫혀진 그분들의 마음 속에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육지에 나가본 적이 거의 없는 노인들에게 청와대를 관광시켜 주는 게 소망이라는 박 목사는 "독거노인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심어 천국 소망을 알게해 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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