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2008,제주땅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주간논단] 2008,제주땅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 논단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8년 01월 17일(목) 00:00

허정옥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ㆍ법환교회 집사

새해의 출발점에 서서 경영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음질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시선을 가다듬어 크리스찬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사회와 이웃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이들의 모습이 한층 더 아름답다. 믿음이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음으로 많은 열매를 거둠과 같이 진리의 열매를 위하여 스스로 죽어짐'을 뜻하기 때문이다. 크리스찬이란 바로 그 '진리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사람'이며, 일본인 작가 엔도 슈사꾸의 표현처럼 '위대한 몰락'을 자초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2008년을 시작하는 이 시간, 이 땅의 크리스찬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국토의 끝자락, 제주에 서 있는 크리스찬들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44일간의 항해 끝에 구사일생으로 제주섬에 발을 디뎠던 이기풍목사님의 실루엣을 그려본다. 그는 1908년 3월, 32세 청년의 영혼으로 변방에서 울부짖는 제주인들의 음성을 듣고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흑암에 있는 백성, 사망의 땅,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을 비추리라(마 4:15)'는 소명을 품고 그 바다에 몸을 던졌다. 목사님은 생면부지인 제주인들의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파도를 넘고 풍랑을 헤치며 사선을 넘었다. 마침내 제주땅을 밟고, 다시 즈려밟으면서 생명의 씨앗을 뿌리다 쓰러져 갔다. 마치 햇볕에 사라지는 이슬처럼, 새벽을 맞이하는 별빛처럼 그의 귀천(歸天)은 아름다웠다. 
 
올해는 이기풍목사님이 제주에 복음의 빛을 비춘지 1백 년이 되는 해다. 제주선교 1백 주년이 되는 때인 것이다. 이 점에서 올해를 대변하는 제주의 키워드는 '선교'로 집약된다. 제주도는 지금도 '신들의 섬'이라 불릴 정도로 미신과 무속이 번성한 곳이다. 그러니 첫 복음이 전파될 그 즈음에야 얼마나 우상이 범람하였으랴. 게다가 '이재수의 난'이 몰고 온 칼바람까지 가세해, 온 섬은 그야말로 불모의 국경, 죽음의 변방이었다. 그 저주의 땅, 복음이 경작될 가능성이라곤 추호도 없는 불모지에서 목사님은 10여 개의 교회를 싹틔웠다. 그러나 '4.3사건'이 몰고 온 죽음의 광풍은 제주의 기독교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고, 그 흑암의 기류가 제주땅 곳곳에 죽음의 그늘을 다시금 드리웠다. 
 
그 암흑 세상에서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가 복음의 소식을 받아들이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일은 '죽어짐'을 뜻하였다. 내 아버지의 경우는 단지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멍석에 말려 몰매를 맞았고, 가문에서 쫓겨났으며, 마을에서 병신으로 내돌려졌다. 그러한 믿음의 연단을 마치고 이 땅을 떠나면서 아버지는 뼈저린 한 마디를 남기셨다. "예수 믿음은 아이처럼, 신앙 생활은 바보처럼 하여라"고. 그래, 이곳 제주 땅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지 않고서는 복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천지에 가득한 핍박을 뚫고 예수님을 따라나서려면 바보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교회가 있고, 목사님이 계신 곳에서의 믿음이야 얼마나 인간적인가?'라는 회고가 제주땅 초기 크리스찬들의 신앙고백이다. 교회도 없고 목자도 없는 마을에서 제주의 먼저 믿은 이들은 이기풍목사님의 발자취를 따라 순교자의 길을 걷고 또 걸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세대들이 천국을 바라보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제주는 여전히 선교의 사각지대다. 우리나라의 복음화율이 25%인데 반해 제주는 8%에 머물러 있다. 국제자유도시가 천명되고, 특별자치도가 선포되었다 하더라도 복음의 국제화(복음화율이 기독교 선진국 수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제주는 여전히 변방일 수밖에 없다. 그 운명적 주변머리에 서서 제주인들은 지금 이기풍목사님을 향해 손을 흔든다. '이 1백 년이 다 가기 전에 제주땅이 복음의 국제도시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한 사람의 간절한 손짓을 따라 마게도냐로 발길을 옮겼던 사도바울처럼, 제주인들의 애절한 마음에 화답을 보내줄 이 어디 있을까?
 
이기풍목사님의 발걸음을 따라 다시 한 번 복음의 사역지를 순례해 보라. 제주는 아직도 씨뿌림이 필요한 선교지가 아닌가? 올해는 이 땅의 크리스찬들이 구름처럼 다가와서 아름다운 제주땅을 샅샅이 즈려밟고 가시라. 이목사님의 사명이 완수되도록, 1백 년간의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