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한국교회의 브랜드 가치

[주간논단] 한국교회의 브랜드 가치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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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7일(수) 00:00
   
 
 
이만식
장신대 교수ㆍ사회복지 전공

5년 전 우리를 열광시켰던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당시 경기가 있었던 축구장을 생각해 보면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개최 도시의 이름이 적힌 광고판이나 여타의 상업적 광고판들이 세워져 있었다. 이것은 모두 해당 도시나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한국 축구가 당시 4강에 올랐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가 몇 조 이상 상승했다고 하지 않는가.

브랜드는 어떤 기업이나 단체 또는 국가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나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무형의 자산인 것이다. 요즘은 이러한 브랜드가치가 종교계에도 이용되고 있다. 지방에서 개척하는 타교단 교회들이 장로교 통합측의 로고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교회의 부흥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이는 통합측의 브랜드 파워가 다른 교단에 비해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 기독교의 브랜드 가치는 얼마일까? 이 질문을 대하는 일부 목회자나 각 교단의 지도자들은 당황할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며,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 교회의 브랜드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공신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사회와의 접촉점의 부재이다. 필자가 섬기는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타종교인을 친구로 둔 학생들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다. 물론 신학생들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과 접촉하는 기회가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기독교인들만 만나고 그들과 친분을 쌓은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믿지 않는 이들을 친구로 사귀지 않는다면, 그들을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계몽하고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가톨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2백19만 5천명의 신도가 증가하였다. 가톨릭은 약 3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사회와 접촉하고 구성원들과 대화하면서, 접촉점을 확대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

둘째는 섬김의 부재이다. 섬김은 서비스이다. 서비스는 받는 사람의 욕구(needs)에 기초하여 응답하고, 그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교회들은 이런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교회들이 아래로부터의 욕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오직 위로만 향하며, 단순히 시혜적인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높고 높은 하늘보좌에서 이 천한 땅으로 오신 예수님의 성육신이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인 것처럼, 교회도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보다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

사회와의 접촉 부재와 참된 섬김의 부재는 잠재적 기독교인들이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필자의 동료가 영국을 방문하고 와서 "영국교회에 있어서 가장 큰 경쟁자는 타종교가 아닌 프리미어 축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얼마 전에는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이다'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언뜻 잘못된 비교로 보이지만 이것은 현대 사회가 모든 상품, 서비스를 뛰어넘는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한국 교회의 경쟁자 역시 더 이상 천주교와 불교만이 아니다. 교회학교의 경쟁자는 TV 만화영화와 인터넷이며, 청년부의 경쟁자는 짜릿함을 제공하는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나 퇴폐적인 유흥문화이다. 장년부의 경쟁자는 등산이나 골프이고, 노인부의 경쟁자는 손자나 손녀들이다.

온갖 경쟁자들로 넘쳐나는 21세기의 한국 교회는 과연 어떤 접촉점과 섬김의 내용물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하나님의 딸과 아들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어떠한 답을 가지고 어떻게 도전하느냐가 한국 교회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거나 혹은 하락시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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