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북한 지원사업을 돌아보며

[주간논단] 북한 지원사업을 돌아보며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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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8월 22일(수) 00:00
채 혜 원
교회협 북한사회개발을 위한 에큐메니칼 컨소시엄 사무국장ㆍ목사

1995년 엄청난 홍수와 이어진 자연재해들로 심각해진 북한의 굶주림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쌀, 각종 잡곡, 분유, 옥수수 등의 물품들이 세계 곳곳으로부터 지원되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식량부족과 가난의 문제는 긴급 지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과 또한 북한당국의 외부지원에 대한 정책변화와 그들의 요청에 부응하여 몇 년 전부터 의료설비 현대화, 유아원이나 고아원 등의 복지시설, 국수공장, 농기계 공장 등 사회개발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남한의 교회는 세계 에큐메니칼 기구들과 연대하여 남북 화해와 협력의 과정에 큰 몫을 감당했다. 그러나 정보의 교류와 상호 협력, 평가의 과정 없이 이루어진 대북지원이 신뢰의 상실과 중복 투자, 돈 중심의 지원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교단별로 교회별로 하는 개별적 접근과 성과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분명한 원칙 하에 효과적 지원을 위한 몇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협력구조 속에서의 정보공유와 평가의 중요성이다. 1999년 대북지원통로가 다원화되면서 현재 많은 대북지원단체들이 생겨났다. 자원이 부족한 북한을 상대로 남한의 교회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개별적 접촉을 시도하고 물질적 공세를 퍼부어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남한의 교회는 대북지원사업을 통하여 북한의 기독교가 그 사회에서의 역량을 가시화하고 강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고자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하 조그련)을 대화 파트너로 하고 있다. 사회개발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북한의 체제상 우리가 하고자 하는 개발사업단위를 조그련 차원에서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에 남한의 교회와 기독교 대북지원단체들이 연합적인 틀로 조그련에 힘을 실어주었더라면 북한 체제 안에서 조그련의 위치와 기독교의 역할이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상호 신뢰와 투명성에 근거한 효과적 대북지원사업이 되어야 한다. 대북지원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데, 사업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중요한 원칙들이 간과되어지는 때가 종종 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평양 심장병원건립 지원사업은 바로 상호신뢰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양해각서에 근거한 성실한 실행의 부재는 북한에서 조그련을 어렵게 만들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 입안과 허락의 절차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조그련 역시 이번 기회로 신뢰성있는 교회 및 기구들과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인식하였으리라 본다. 투명성있는 협력체제와 상호신뢰의 중요성은 대북 교류협력과 지원에 있어서 가장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할 사항이다.

셋째로, 모니터링의 문제이다. 우리의 대북지원사업내용이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실사와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 측에서는 프로젝트의 진행을 검사할 모니터들을 받아들이기를 꺼려한다. 북한의 지도력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변화가 유혹적인 만큼, 외국의 군사적 침입이나 내부 정책에 대한 외부의 간섭, 세계화와 더불어 자유시장질서에의 통합, 다국적 기업들의 착취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선뜻 개혁과 개방의 길로 들어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니터링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북한이 그들의 측면에서 안보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과 우리와는 다른 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면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한국교회와 해외 교회 및 개발기구들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한 사회개발을 위한 에큐메니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한국의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이 연대의 틀에서 대북지원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넓혀가고, 정보들을 함께 나눔으로써, 북한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정보가 미흡한 해외 교회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게 되었음을 감사하고, 대북지원은 결국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초석을 놓는 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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