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단] 총회장의 회개

[주간논단] 총회장의 회개

[ 논단 ]

차유진 기자 echa@kidokongbo.com
2007년 07월 04일(수) 00:00
   
김태범
증경총회장ㆍ삼덕교회 목사

최근 몇 년 동안 내게 따라다니는 호칭이 있었다. '총회장', '직전총회장' 그리고 현재는 '증경 총회장'이다. 이렇게 불려 질 때마다 생소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호칭인 것 같아서이다. 언제부터인가 '총회장'이란 호칭이 나에게는 영광스러운 것만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으로 느껴졌다.

1907년 한국교회 대부흥운동 1백주년 권역별 부흥사경회가 열렸다. 증경총회장이라는 이유로 나의 동의와 무관하게 대회장이 되었다. 부흥사경회가 시작되기 전 대회사, 격려사, 축사 등 예비순서에만 한 시간 가량 소모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부흥사경회 메시지의 중심은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평소 알고 지내던 목사가 나에게 한마디 던졌다. "진짜 우리 한국교회가 회개하려면 지금까지 총회장 출마자들이 전부 자기가 쓴 돈의 액수를 적어 목에 걸고 한국교회 앞에 고백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가 총회장 출마자 한복판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간통죄를 범한 벌로 평생 가슴에 'A'(Adultery)라고 쓴 붉은 글씨를 달고 살아야했던 '주홍 글씨'의 주인공이 연상되었다.

사실 내가 부총회장에 당선되고 난 후 주일 예배시 성도들에게 고백한 첫마디는 '나는 죄인입니다'라는 한마디였다. 사실이다. 내가 부총회장 후보가 되어 선거운동을 할 때 '참으로 못할 짓을 많이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많은 자책감을 느꼈다. 최소한의 선거 경비라지만 그 경비를 착한 성도들이 보탰다. 너무나 순수한 우리교회 당회원들은 총대 한 분 한 분을 찾아 인사드리려고 노력했다. 노회 노회원들도 힘을 써 주었다. 어디 이게 공정한 선거를 위해 할 일인가.

우리 총회 총회장 선거야말로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후보자등록기간이 선거일 전 15일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등록기간은 선거일 전 24일이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이 기간에만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총회장 선거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봄 노회시 노회추천을 받으면 사실상 이때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그리고 총회 개회 때까지 6개월이 선거운동 기간이라고 봐야한다. 후보등록도 총회 60일전에 하게 되어 있다. 선거운동영역도 전국에 걸쳐 있다. 그러니 지역으로 보면 대통령선거와 비슷하다.

선거경비도 만만치 않다. 후보등록비만 해도 일천만원이요 권역별 소견발표회 경비와 선거본부 운영비만 해도 적지 않는 경비가 든다. 거기다가 선교비, 후원비, 교통비, 접대비, 광고비, 헌신예배강사비 등 교묘한 방법으로 경비가 지급되면 그 경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경비 지급이 다 선거법 위반이다. 그러나 총회장 선거법은 솜방망이다. 무슨 방법으로든지 당선만 되면 다 묻히고 성총회 총회장이 되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떨어진 사람은 죄인이 된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지나간 선거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은 금기시 되어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축의금으로 5만원을 받은 사람들이 그 오십 배인 2백50만원 과태료를 내게 됐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리고 부정선거 사실을 신고하면 최고 5억 원까지 신고자에게 보상한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 확정 판결로 국회의원직과 자치단체장직을 상실한 사람이 최근까지 얼마나 많았는가.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다. 그러므로 선거가 타락하면 민주주의가 타락하고 나라 전체가 함께 부패하게 된다. 그래서 선거법이 가장 엄격하고 무섭다. 총회장 선거가 잘못되면 총회가 구조적으로 잘못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회는 생명력을 잃게 된다. 아무리 수천 수만 명이 모여 부흥사경회를 열어도 총회선거가 자유당 시절 3.15부정선거수준에 머문다면 공허한 메아리만이 남는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는 5년에 한 번이요.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선거는 4년에 한번이다. 4~5년만에 한번만 치르면 된다. 그러나 총회장 선거는 매년 치른다. 개신교 각 교단마다 매년 한 번씩 홍역을 치른다. 이런 선거 풍토는 노회임원 선거와 총대 선거 그리고 심지어 항존직 선거로 이어져 민망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까운 목사가 듣기 거북한 말을 내게 했다. "김 목사가 많은 목사를 버려 놓았다" "왜?" "김 목사가 총회장 되는 것 보고 총회장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기나 하나?" 지난달 29일자 한 조간신문에 '노무현도 대통령 됐는데 나라고 못할쏘냐'며 대선 예비후보로 벌써 63명이 등록했다는 만평을 보았다.

일부 사람들은 듣기 좋으라고 "역대 선거중 가장 깨끗한 선거를 치뤘다"고 말하지만 나는 하나님 앞에, 내 양심 앞에 '왜 좀더 온전하지 못했는가'하고 탄식한다. 다만 용서와 자비에 기대어 살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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